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다는 건 두렵고 위험한 일이다. 그 길의 끝이 성공일지, 실패일지 알 수 없지만 뚝심 있게 직진하여 이제 빛이 보인다는 그들. 바로 찬바람이 불면 먹을 수 있는 복숭아를 재배하는 ‘농업회사법인 설도’ 구성원들이다. 이름도 생소한 과일 설도. 설도는 쌀쌀한 날씨에 결실을 맺는 복숭아이다. 여름과일로 불리던 복숭아의 일대 혁명이 아닐 수 없다. 10월부터 11월까지 재배되는 설도는 평균 17브릭스를 넘는 당도와 단감이나 배와 같은 아삭한 식감, 후숙 하면 쫀득한 젤리식감을 자랑한다. 함양군이 설도의 전국 최대 주산지라니 놀랍다. 이는 4년 전부터 함양군이 설도를 신소득작목으로 선정하여 적극 지원하였기에 가능했다. 이후 첫해에는 열댓명, 다음해엔 이삼십명씩 설도 재배 농가가 늘기 시작했다. 현재는 생산량이 많지 않지만 2년 후쯤엔 수확량도 전국 최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설도 품종이 개발된 지 6년가량 됐으며 강선영 대표이사는 4년 전 함양군에 설도가 처음 보급될 때부터 재배를 시작했다. 강선영씨는 10년 전 귀농하여 남편과 사과농사를 지었다. 4년 전 설도를 알게 되어 사과나무를 베어내고 심기 시작했다. 하지만 2년간은 ‘이거 큰 실수한 게 아닌가’ 걱정의 나날이었다. 겉은 갈라지고 상품은 안 되니 팔수도 없었다. “아는 사람 없고 배울 곳도 없고 난감했죠. 매년 여러 가지 조건을 놓고 실험을 하면서 재배했어요. 다행히 작년부터 제대로 수확을 할 수 있게 됐어요. 겉으로는 흠이 있고 붉은색 얼룩이 생겨 걱정했는데 깎아서 먹어보고 됐다 싶었죠” 설도는 23브릭스까지 나올 만큼 당도가 높다. 달다고 하는 꿀사과의 당도도 약 14브릭스 정도이다. 설도는 현재 초겨울에 생산되는 복숭아라는 차별성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희소성이 있다 보니 제철(여름)보다 소비자가격도 높아 재배농가로서는 수익성도 뛰어나다. “농사라는 게 남이 한다고 따라 해서 다 되는 건 아니거든요. 해마다 테스트 하고 다음해에 새롭게 시도해야 좋은 결과치를 얻어낼 수 있어요” 설도를 재배하며 고품질에 생산성을 높이려는 고민과 함께 강선영씨가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유통이다. 잘 지은 농산물을 제대로 팔려면 판로가 중요하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농업회사법인 설도는 전문 유통업체와 함께 협동조합을 구성했다.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한 설도의 부가가치를 높이고자 생산과 유통의 콜라보를 선택한 것이다. 유통을 책임져 줄 전문가가 함께 하면서 설도는 안정적 유통체계를 갖게 된다. “백화점이나 대기업과 유통계약을 하게 되면 갑질에 피해를 볼 수도 있어요. 생산자들의 권리를 최대한 주장하고 가격책정을 조율할 수 있어야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봐요. 지금은 설도 생산이 초창기이기 때문에 걸어가야 할 길이 멀어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유통전문가와 동행을 하는 겁니다” 차가운 유혹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는 설도.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선영씨는 조합원들이 함께 하기에 가보지 않은 이 길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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