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축산 농가에서 전문적으로 돼지를 사육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집집마다 돼지를 키우는 일이 흔했다. 해서 마을에 중요한 행사가 있으면 흔히 돼지를 잡았고 그날은 온통 동네잔치가 벌어졌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 보면 돼지를 잡고 잔치를 벌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이지만 사람들의 잔칫날 생을 마감해야 하는 돼지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억울한 날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른 가축들도 많은데 하필이면 왜 내가 희생되어야 하나?” 항변이라도 할 만할 것이다. 잔칫날이 되면 왜 하필 돼지를 주로 잡았을까? 그 유래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 한 토막을 해보겠다. 어느 날, 한 목장 주인의 막내딸이 결혼식을 앞두고 가축들이 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임시 의장으로 선출된 소가 말했다. “여러분! 이제 곧 주인 따님의 결혼식을 곧 앞두고 있는데 이번에 누가 잔칫상에 올라가면 좋을지 의견을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제 생각에는 주인을 위해 할 일이 별로 없는 회원이 죽으면 좋겠는데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그러자 모든 동물 회원들이 그 의견에 동의했다. 먼저 소가 말했다. “나는 주인님을 위해 농사도 하고, 짐도 날라야 하니 죽을 수 없소” 곧이어 나귀가 말했다. “나는 주인님을 태우고 다녀야 하고, 이번에 결혼식 때 주인님의 따님도 모시고 가야 합니다.” 이번에는 개가 말했다. “나는 도둑을 지켜야 합니다.” 고양이도 말했다. “나는 쥐로부터 식량창고를 지켜야 합니다!” 닭도 말했다. “나는 새벽마다 주인님을 깨워야 하고 알도 낳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돼지 차례가 되었다. 딱히 할 말이 없었던 돼지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어갔다. “나는 먹기만 하고 이제까지 주인님을 위해 한 일이 없으니 내가 죽겠소!” 그리고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고 한다. “늘 울어도 눈물로써 못 갚을 줄 알아 몸밖에 드릴 것 없어 이 몸 바칩니다.” 그 후로 중요한 잔칫날이 있을 때마다 항상 돼지를 잡았다고 한다. 한편 돼지는 죽어서라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 나머지 항상 웃는 표정으로 잔칫상에 올라갔다는 후일담도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위의 이야기를 통해 억지로 마지못해서 사는 인생과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인생의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무엇일까? 할 일이 없으면 억지로 살 수밖에 없고 할 일이 있으면 행복하고 즐겁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모르면 불행할 수밖에 없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살아가는 인생은 정말 행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다. 즉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 사명을 이루기 위해서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인생은 정말 존귀한 인생이요 가치 있는 인생, 아름다운 인생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명이 없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 무엇인지 몰라서 그야말로 억지로 살고, 불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있음을 보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내게 주어진 사명을 모르고 살아갈 때 자기 자신만 불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도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한 가정의 아버지가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면 모든 가족이 함께 힘들어진다. 교사가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게 되면 학생들이 불행해진다. 반대로 학생이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면 교사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농부가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면 온 국민의 먹거리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잊어버리면 나라 전체가 불안해지고 모든 국민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 살아갈 수만 있다면 모두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고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다. 깊어 가는 가을 내가 서 있는 그곳에서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 무엇인지 한 번쯤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내가 감당해야 할 일, 나의 사명을 점검하므로 너와 나 우리 모두가 따뜻하고 행복한 겨울을 지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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