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으로 곶감 깎을 임시 작업 공간을 만들려고 하는데 사소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업체에 제작 의뢰해야할 천막 모양이 사다리꼴이라 직각을 끼지 않는 한 변의 길이를 알아야 합니다. 두 사람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줄자로 직접 측량을 하면 되겠지만 굳이 그렇게 수고하지 않아도 수학적으로 계산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직각 삼각형에서 밑변과 높이는 알고 있고 빗변의 길이를 수학적으로 계산해내면 되는 겁니다. 중딩 때 배운 것인지 고딩 수학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수학공식으로 간단히(?) 계산하면 두 사람이 위험하게 사다리를 타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구하더라? 직각 삼각형 빗변의 길이는 밑변 곱하기 높이 나누기 2였던가?) 계산을 해보니 어림없는 숫자가 나왔습니다. (그럼 이거 삼각함수? 사인 코사인 탄젠트였나??)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헛웃음만 실실 나왔습니다. 학교에서 미적분까지 배웠지만 이제는 이런 것도 기억이 나지 않으니 정말 한심해진 것입니다. 좀 창피하기는 하지만 마침 아들과 같이 작업을 하고 있었기에 아들에게 답을 구해보라고 하니 “어? 어? 이거 어떻게 구하더라?” 하면서 스마트폰을 주물럭주물럭 하더니 공식을 검색해냅니다. 밑변 제곱 + 높이 제곱= 빗변 제곱(피타고라스 정리?). 내가 폰 계산기로 빗변의 제곱 값을 구한 뒤 제곱근을 구하지 못해 “허어~허어~”하고 있으니 공돌이 출신 아들이 재빨리 공학계산기를 가져와서 답을 찍어냅니다. 천막집으로 달려가서 주문을 하고 오니 저녁에 바로 연락이 왔습니다. 만들어 놓았으니 찾아가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찾아야 할 것은 천막 뿐 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졌고 곶감용 떫은 감은 점점 붉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색이 나면 안 되는데 올 여름 장마가 워낙 길어서 병이 들었습니다. 병이 든 감은 일찍 색이 나고 홍시가 되어 결국 떨어져 버립니다. 물까치가 엄청 좋아라합니다. 올해 대봉감은 70~80%가 병들었고 고종시 감도 60% 이상 떨어졌습니다. 감 깎을 날이 점점 다가오고 곶감 농가들은 원료감 확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아마도 올해 곶감 생산량은 예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 입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감이 다 떨어져버렸는데 어쩌겠습니까? 올해는 곶감을 좀 더 잘 만들어보려고 큰 맘 먹고 감 선별기도 구입했는데 정작 선별할 감이 없습니다. 감선별기는 공간을 많이 차지해서 소규모 곶감 농가에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크기 구분 없이 깎아 말린 뒤 마지막에 눈대중으로 곶감을 분류하는 식입니다. 문제는 큰 감과 작은 감을 동시에 매달아 말리다보니 작은 감은 너무 빨리 마르고 큰 감은 너무 안 마른다는 겁니다. 그래서 선별기가 필요한 겁니다. 어쨌든 시월 마지막 주부터는 임시 천막 작업 공간에서 감 선별기도 돌리고 곶감을 깎을 것입니다. 올해는 투자한 만큼 더 좋은 곶감이 만들어지겠지만 깎을 수 있는 감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상당히 유감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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