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영 오지 않을 것 같은 가을이 결국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노란색 구절초가 활짝 피었는데 향이 엄청 진하네요. 지난 해 난장에서 한 포기 구입해서 해 넘긴 것을 올 여름에 삽목으로 증식해서 마당 여기저기 많이 심었습니다. 구절초는 원래 하얀 색인데 노란색도 있네요. 색이 특이해서 샀는데 아마 원예종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향이 이렇게까지 진할 줄 몰랐습니다. 코를 대고 들이마시니 정말 가을이 온 것 같습니다. 국화도 올 여름 장마 때 삽목으로 많이 증식해서 집주변에 가득 심었는데 대부분 꽃망울을 달았습니다. 다양한 색깔의 국화가 만개할 늦은 가을이 기대됩니다. 특히 올 가을에는 처음 길러보는 대국이 꽃망울을 달아 설렙니다. 대국은 가지에 꽃망울이 많이 달리지만 다 제거하고 상단에 한 송이만 크게 피웁니다. 추석 연휴 6일간 서울 사는 아들네가 다녀가고, 전라도 포구에 전어 먹으러 다녀오고 여기 저기 나들이도 다녔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실감나는 넉넉한 추석이었습니다. 긴 연휴 여유있게 잘 보내고 나니 이제는 곶감 작업을 준비할 때입니다. 올 여름에는 장마가 길어 아마 감 수확이 열흘 정도는 당겨질 것 같습니다. 연휴 잘 쉬고 나서 마음이 갑자기 바빠졌네요. 마을에 벌써 감을 깎아 처마 끝에 매달아 놓은 집이 있어 살짝 놀랐습니다. 이제 겨우 구절초 향기 나는데 벌써 감을 깎아 처마 끝에 매달아 놓은 것입니다. 시골에는 도시 사는 손주들 생각해서 집집마다 곶감을 한두접 깎아 처마 끝에 매달아 말리기도 하는데 올해는 긴 장마로 감이 빨리 익다보니 예년에 비해 열흘은 일찍 깎아 매단 집이 보입니다. 사실 아직은 이르기에 아니면 말고 식으로 그냥 재미삼아 한두 접씩 깎아보는 것이겠지만 어쨌든 이제부터는 맑고 청명한 가을 날씨가 이어져서 일찍 매단 감들도 맛있는 곶감이 되기를 바랍니다. 냉동 창고에 아직 곶감이 남아있지만 햇곶감을 깎을 시기가 다가오니 창고를 정리해야할 때입니다. 곶감을 비우고 새로 수확할 감을 저장하려면 냉동을 저온으로 전환해야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곶감은 세일을 해서라도 정리해야합니다. 냉동 창고가 한 개 더 있으면 따로 보관해놓고 천천히 판매를 하면 되지만 소규모 농가에서 시설을 늘리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윈윈하는 “창고정리 대 방출”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행사를 할 시기인 것입니다. 사실 곶감은 갓 말린 햇곶감보다 1년 가까이 숙성된 것이 훨씬 맛있습니다. 어떤 농가는 3년 숙성된 곶감이라고 상당히 비싼 가격에 팔고 있는데 곶감은 3년 숙성된 것이나 1년 숙성된 것이나 맛이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1년 정도만 숙성시켜도 충분히 깊은 맛이 들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가을 행사를 어떤 식으로 하느냐 인데 할인율을 20%로 할 것인지 30%로 할 것인지 그것이 고민입니다. 20%로 하면 소비자가 조금 아쉬울 것이고 30%로 하면 생산자가 살짝 섭섭할 것입니다. 사실 1차 농산물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공산품이나 가공 식품과 달리 마진이 50%가 안 되기 때문에 너무 싸게 팔면 땀 흘린 보람이 없습니다. 인건비가 안 나온다는 것이지요. 어쨌든 가을바람에 구절초 향이 진하게 나니 감을 수확하고 냉동 창고에 보관중인 곶감은 정리해야 할 시월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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