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 바닷가를 걷다보면 넓게 펼쳐진 모래 사장에 찍혀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을 보게 된다. 나보다 먼저 그 바닷가를 거닐었던 사람들의 발자국인 것이다. 때로는 파도에 씻기고, 또 때로는 바람에 살짝 지워진 발자국에 새로운 발자국을 내다 보면 ‘역사도 이 발자국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역사는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닷가 모래밭에 찍혀 있는 수많은 발자국처럼 먼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사람들이 걸어온 발자취일 뿐이다. 먼 옛날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쌓여 지나간 역사가 되듯이 오늘날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가 쌓여 새로운 역사가 된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매일매일이 새로운 역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서산대사는 ‘눈길을 걸을 때 흐트러지게 걷지 마라. 내가 걷는 발자국이 뒤에 오는 이의 길이 될 것이니’ 라는 시를 남겼나보다. 서산대사의 시처럼 앞서간 사람의 발자취는 때로는 뒤에 오는 사람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기도 한다. 역사 공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선조들의 지혜와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역사 공부는 일기 쓰기와도 닮은 점이 많다. 우리는 일기를 쓰면서 그날 그날의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잘잘못을 돌아보고, 내일은 좀 더 나은 내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역사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지나간 역사의 잘잘못을 따져봄으로써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 공부를 할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하나의 사건을 놓고도 여러 가지 입장에서 생각해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옛날에 짚신 장수와 나막신 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가 비가 오면 짚신이 안 팔릴까봐 걱정하고, 해가 나면 나막신이 잘 안 팔릴까 걱정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짚신 장수는 해가 쨍쨍한 날을 좋아하고 나막신 장수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듯 역사적인 사건도 누구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나폴레옹이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영웅일지 몰라도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흉악한 침략자였던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는 것은 올바른 역사 의식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된다. 흔히들 역사라고 하면 역사책이나 박물관부터 떠올리곤 하지만 역사책이나 박물관 속에 갇혀 있는 역사는 죽은 역사일 뿐이다. 역사는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때만이 살아 숨 쉬는 역사가 될 수 있다. 역사에 숨을 불어넣는 것은 바로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몫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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