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너 누구야? 너 서리 아니가? 서리 맞아? 근데 뭐야? 너 죽었잖아... 그래서 내가 묻어줬잖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작년에 묻어줬던 길냥이 서리가 나타나서 밥을 달라고 야옹야옹 하는데 나는 너무 놀라 손발이 오그라들었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죽었던 고양이 서리가 살아 돌아왔습니다. 양지바른 곳에 묻어준 지 일 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거 전설따라 삼천리도 아니고 서리가 터억 나타나 밥을 달라고 울고 있습니다. 아마 서리를 닮은 다른 길냥이겠지 싶어 이래저래 구석구석 뜯어보는데 아무리 봐도 이 녀석은 엄천골의 대장 냥이 서리가 틀림없습니다. 서리는 수시로 우리 집에 와서 밥을 먹고 가는 수컷 길냥이로 엄천골에 태어나는 모든 고양이와 연관이 있습니다. 우리 집이 구내식당이라도 되는 냥 밥만 먹고 가고 곁은 절대 주지 않습니다. 알고 보니 녀석은 나물댁 헛간이 주 거주지인 나물댁네 고양이였습니다. 어느 날 나물댁에 놀러갔다가 마당에 누워있는 서리를 보았습니다. “야~너 여기서 뭐하냐?” 하니 “야옹~ 사실 나 여기가 집이다옹~” 하며 머쓱해 해서 한바탕 웃었습니다. 녀석이 동가숙 서가식 하다가 들킨 것입니다. 1년 전, 서리가 많이 아팠답니다. 나물댁의 말에 의하면 서리가 많이 아파서 약을 처방 받아서 계속 먹였는데 갈수록 상태가 안 좋아져서 오늘 내일 했다고 합니다. 마지막에는 움직이지도 못해 죽으면 묻어줄려고 했는데 사라졌다고 합니다. 고양이는 죽을 자릴 찾아 나가는 모양이다며 열흘을 찾으러 다녔는데 못 찾고 포기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달쯤 뒤 마을 산기슭 묵정밭에 죽어 있는 걸 내가 발견하고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습니다. 그랬던 서리가 나타난 것입니다. 사진을 찍어 나물댁에게 보냈더니 깜짝 놀라며 좀 잡아 놓으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녀석은 곁을 절대 주지 않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었고 볼일만 보고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뒤 두 번 더 밥 먹으러 왔습니다. 또 오면 바로 연락 달라는 나물댁의 당부가 있었기에 바로 연락을 했는데 그 때마다 공교롭게도 나물댁이 마을에 있지 않고 읍에 나가있어 서리를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이후 서리는 석 달째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엄천골의 대장 냥이는 꼬리라는 수컷으로 2년째 우리집에서 밥을 먹고 가는 길냥이입니다. 꼬리는 서리가 데리고 온 어린 냥이였습니다. 서리 꼬리를 잡고 왔다고 꼬리라고 불렀는데 이제 어였한 엄천골의 지배자가 되었습니다. 생김새가 서리 붕어빵이고 서리의 2세일 겁니다. 짐작이긴 합니다만 서리는 꼬리와의 영역 싸움에서 밀려난 것으로 보입니다. 꼬리가 어릴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꼬리가 용감한 수컷으로 성장하자 자연의 법칙이 개입하게 된 것 같습니다. 비록 서리는 왕좌를 빼앗겼지만 핏줄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병은 죽지 않습니다. 다만 사라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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