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무렵, 앞산 너머 지리산 쪽 하늘이 점점 훤해졌다. 두 시간이 넘도록 멀리 남쪽에서 무슨 폭발음 같은 굉음이 들리는데 단순한 천둥 번개는 아닌 듯싶었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일까?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는 백두산은 북쪽이고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울진은 동쪽이다. 북한의 정신 나간 지도자가 여수 화학단지에 미사일이라도 쏜 걸까? 이웃 사람들을 깨워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다 잠이 들었는데, 물론 다음 날 아침 세상은 너무나 멀쩡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지구 위기에 관한 유튜브나 다큐에 몰두하면 나타나는 증상? 이지만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를 절감하고 두려워하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모로코 대지진에 이어 리비아 대홍수로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유엔이 기후변화를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앞으로 인류는 상상을 초월하는 자연재해를 자주, 가까운 곳에서 겪게 될 것이라는 선언이다. 천재(天災)가 예상되는 만큼 정치적 안정이 중요할 터인데 미국이나 중국 같은 강대국들이 전 지구적 위기를 외면하고 패권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현실은 인류에게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필이면 남과 북이 북중러니 한미일이니 하는 신(新)냉전 체제의 선봉에 서서 으르렁대는 형국도 참혹한 일이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직면한 우리나라의 정치적 분열상도 도를 넘어버린 듯하다. 막장 드라마 같은 정쟁에 신이 난 언론들은 경제위기를 분석하거나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세상에는 6, 70대 남자들이 좋아하는 정치뉴스만 차고 넘치게 되었고, 사람들은 웬만한 지진이나 홍수, 산불, 폭염은 그러려니 하게 되었다. 홍범도와 백선엽이 정쟁의 대상이 되고 철 지난 이념논쟁이 뉴스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영으로 갈린 국민은 유튜브를 통해 듣고 싶은 정보를 듣고 신념을 굳힌다. 스스로 선택하여 정보를 얻는 것 같지만 실상은 누군가가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보고 있는 게 아닌지 한 번쯤은 돌아볼 일이다. 우리 함양군도 무언가 답답하고 순서가 없어 보이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우리나라 올해 예산이 400조 원 정도라는데 경제가 어려운 탓인지 세수가 예상보다 60조 원이 펑크가 났단다. 아마도 상당 기간 경제는 어려울 것이고 지방재정에 미치는 여파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얼마 전에 무슨 청문회를 하는 중에 군 의원 누구도 질의하지 않고 회의를 마쳤다는 보도를 보았는데 의원님은 화가 나고 담당자는 억울하겠지만 군민들은 불안하다. 지금은 열심히 설명하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어떻게든 소통해서 합의할 때다. 엑스포가 끝난지 2년, 함양군은 근질근질할 것이다. 경비행기 활주로도 만들고 지리산 케이블카도 추진할 모양인데 비행장은 좀 더 설명이 필요해 보이고 케이블카는 대봉산 모노레일에 대한 평가가 우선이다. 상림에 있는 천년의 정원에는 야자수 대신 야자 매트가 깔려있다. 걷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필봉산 일대에 깔린 야자 매트를 걷어내고 함양을 맨발 걷기의 천국을 만들면 어떨까? 지금은 건강이 종교인 세상이고 전 세계적으로 어씽(Earthing)이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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