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국화 부자가 되었습니다. 로또 당첨된 기분입니다. 지인이 국화를 종류별로 가지고 왔는데 장미, 라벤더. 다알리아, 라벤더 등등 귀한 화초도 이것저것 챙겨왔습니다. 꼭 한번 키워보고 싶었던 대국도 있는데 키우는 방법까지 친절히 알려주었습니다. 대국은 곁순을 다 정리해주고 꼭대기 꽃눈 두 개만 남겨두었다가 한 송이만 선택한다고 합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두 개를 키우지만 한 개는 마지막에 정리해서 결국은 한 송이를 크게 만든다고 합니다. 국화 전시회에서나 볼 수 있는 멋진 품종이라 두근두근 기대가 큽니다. 그리고 분재용으로 가져온 국화는 종류가 다양해서 꽃이 피어야 이름을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아내가 보더니 “이걸 어디다 다 심노?”하고 혀를 내두릅니다. 새로 생긴 국화를 다 심기도 전에 시월이 기다려지네요. 여기저기 던져진 꽃들이 늦가을에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들려주기를 기대해봅니다. 지난해 농업기술센터에서 국화분재수업을 받으며 여섯 품종을 키워보았는데 국화는 삽목이 쉽기 때문에 한 해에 수십 배로 개체를 늘릴 수 있습니다. 지난 시월에는 소정앵, 백봉, 화왕, 황호, 북두송, 해달장, 야지수로 앞마당 축대를 울긋불긋 물들였습니다. 국화는 삽목이 정말 쉬운데 올해는 장마가 길어 더 잘 되었습니다. 올해도 작은 가지를 꺾어 구석구석 꽂아 둔 것들이 제법 자랐습니다. 삽목하려고 꺾은 가지가 남아서 버리기 아깝다고 텃밭에도 스무 개 정도 던져두었는데 이것들은 성장 속도가 엄청 빠릅니다. 한 달 보름 정도 밖에 안 되었는데 텃밭 거름이 좋았던지 수북하게 덩치를 키웠습니다. 화분에 옮겨 심으면 좋은 작품이 되겠습니다. 올 여름 장마는 화초 삽목하기에 유리했습니다. 7월초에 하동에 사는 지인이 수국을 한번 키워보라며 삽목가지를 다양하게 보내주었습니다. 수국 삽목은 첨이라 잘 될까 염려가 되었는데 안 되면 말고 하며 꽂은 삽수 60개가 모두 뿌리를 내려 포트에 옮겨놓았습니다. 아내가 보더니 또 “이걸 어디다 다 심노?”하고 혀를 내두릅니다. 사실 어디다 심어야할지 살짝 고민이 됩니다. 삽목 할 때는 수국화단을 따로 만들어야지 했지만 막상 60개가 모두 뿌리를 내리니 심을 자리가 없습니다. 물론 다 심을 수는 없습니다. 일단 노지에서 월동을 시킨 뒤 내년 봄에 이웃에 나누기는 하겠지만 종류별로 한 두 포트씩만 남겨도 결코 적은 양이 아닙니다. 이건 내년 봄의 일이니 그 때 가서 다시 고민하면 됩니다. 주말에 아내랑 아들이랑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고 왔습니다. 장도 보고 집으로 오는데 곶감 주문이 많이 들어와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3시간 상영이었는데 주문은 영화를 보는 동안 들어온 것입니다. 추석 선물로 들어온 대량 주문은 2시간 안쪽 거리라 다음 주에 직접 배달해주기로 하였습니다. 영화를 보니 주문이 잘 들어온다며 내일도 영화나 보러 가자고 너스레를 떨며 집에 오니 현관 데크에 누가 막 수확한 배를 한보따리 갖다놓았습니다. 아내가 보더니 “이걸 언제 다 먹노?”하고 혀를 내 두르고는 냉장고에 차곡차곡 쟁여놓습니다. 먹어보니 과즙이 달콤하고 맛있는 배라 언제 다 먹을 지는 걱정 안 해도 되겠습니다. 추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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