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계 가운데 지구상의 모든 존재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현재 그 영향이 매우 심각한 것이 바로 기후 시스템이다. 기후의 패턴을 결정하는 데 참여하는 요소들은 매우 다양하다.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에도 기후는 계속 변했고 또 크나큰 멸종 사건이 이어져왔다. 기후를 결정하는 대표적 요인은 해류의 흐름, 온실가스의 비율, 생물 종의 다양성 등 다양하다. 2억 5천만 년 전 고생대 페름기 대멸종은 당시 존재하던 생물 종의 96% 가까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 그때 지구의 모습은 현재와 매우 달랐는데 특히 대륙이 지금처럼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로 나누어진 게 아니라 모두 붙어서 하나의 대륙으로 이루어져 있었던 점이다. 드넓은 대륙은 내부의 열이 축적되게 함으로써 화산을 통해 폭발적으로 분출되도록 했다. 대량의 이산화탄소 방출로 지구의 온도는 급격히 증가하였고, 이로 인해 얕은 바다에 무한정 펼쳐진 메탄 기체의 분출로 이어졌으며 온도는 더욱 급격히 증가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이기 때문이다. 복잡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이와 같은 되먹임 과정이다. 온도가 증가함으로써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분출되고, 이로 인해 온도는 더욱 올라가며, 따라서 더 많은 메탄이 분출되고, 온도는 더욱 올라가고... 이 상황이 되면 지구는 자동적으로 스스로 온도를 올리며 최악의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이밖에도 온도가 증가할 때 여러 가지의 되먹임이 자연스레 등장하게 된다. 온도 상승에 따라 눈과 빙하가 감소하면 태양 빛을 반사시키는 정도(알베도)가 감소하여 온도는 더욱 상승하고, 이로 인해 눈과 빙하는 더욱 더 감소하고... 또한 온도가 증가하면 가뭄과 더불어 산불이 크게 증가하는데 산불은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되므로 온도는 더욱 증가한다. 그러면 산불은 더 많이 늘어나게 되며 악순환은 계속 된다.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자동기계처럼 행동한다. 사실 이렇게 열거한 과정 이외에도 여러 되먹임 과정이 존재한다. 그만큼 기후 조건은 다양한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힌 복잡계 가운데 복잡계이다. 페름기 대멸종 이후에도 두 차례 큰 멸종이 더 있었다. 특히 약 6,500만년 전 거대한 운석이 지구와 충돌함으로써 대멸종이 일어났으며 이때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이 모두 사라졌다. 그러나 이 역시 단순히 운석 충돌에 의한 멸종이 아니라 이미 충돌 이전에 생태계 전체가 매우 취약한 상황이었다는 것의 최근 연구로 밝혀지고 있다. 운석은 한계에 도달한 생태계에 최종 방아쇠를 당긴 것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지구는 또 하나의 큰 멸종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는 단 한 생물종이 기후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침으로써 되먹임이 진행되고 있으며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오랫동안 비교적 안정된 온도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유지해오며 지능을 갖춘 한 생물종이 문명을 일으키고 과학적 사고를 통해 전례 없는 기술력을 획득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기술력은 지구의 모습을 바꾸어버렸다. 이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지금까지 안정된 모습을 유지했던 생태계 전체가 완전히 파국으로 끝날 수 있게 하는 엄청난 변화의 서막이란 점이 심각하다. 복잡계에서 전형적으로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임계현상인 것이다. 특히 임계점에 근접하는 복잡계에서는 ‘나비효과’가 전형적으로 발생한다. 나비효과란 아주 작은 교란이 증폭되어 결국 시스템 전체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한다는 것으로, ‘북경에서 나비의 날개짓이 뉴욕에 토네이도를 일으킨다’는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지구 생태계는 바로 그 상황이다. 온난화로 생태계는 취약할 대로 취약해진 상황에서 사소한 충격이라도 지구 전체를 급격히 변화시켜 결국 전체가 붕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 시기가 내일이 될지, 1년 후가 될지, 아니면 더 이후가 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복잡계 과학에 의하면 분명 그때는 오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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