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교양과목 철학과 교수님이 있었다. 얼굴이 잘생기고 목소리도 고와서 관심이 많이 가는 분이었다. 그런데 그가 입을 열어 수업이 진행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교실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이상하다 싶어 고개를 쓰윽 돌려 보니 학생들이 거의 졸고 있는 것이 아닌가. 교수님의 나지막하고 변화가 없는 말투가 수면제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월이 지나 요즘 내가 학교나 기관에서 수업을 하는데, 발표를 시킬 때면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교수님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다. 똑같은 톤에 똑같은 높이로 아무런 변화 없이 말하는 사람!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직업상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서 몇 마디를 덧붙이게 된다. 눈이 초롱초롱하게 끝까지 들을 수 있게 하는 맛있는 말하기, 맛깔나는 말하기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서는 세 가지 정도를 말해보도록 하겠다. 첫째 높고 낮음 강약의 변화. 말하고자 하는 문장에서 목소리를 높이거나 낮추어 말하면 사람들이 집중을 하게 된다. 강조하고 싶은 단어나 부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어나 부분에서 크고 강하게 내거나 작고 낮게 말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게 되는 것이다. 중요하거나 어려운 내용은 천천히 말하고 누구나 아는 내용은 빠르게 말하는 것이 기본적이다. 낮게 말해서 강조하는 경우는 주로 문장이 끝나는 부분에서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둘째 속도의 변화.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서 속도를 늦추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예를 들어서 ‘정확한 발음은 사람들이 듣기에도 좋습니다’라는 문장을 말한다고 하자. 이때 ‘정확한’을 조금 더 천천히 말하면 자연스럽게 강조할 수 있으며 듣는 사람에게 정확한 발음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인식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를 낭송할 때나 판소리를 할 때처럼 한 호흡으로 휘몰아치듯 빠르게 하다가 편안하게 하는 부분이 있으면 듣는 사람이 감동을 받게 된다. 셋째 포즈 멈춤의 변화. 가끔씩 말을 멈추고 침묵하는 것이다. 강조하고 싶은 단어나 말, 중요한 단어나 내용 앞에서 잠깐 숨을 멈추면 뒤에 오는 말이나 내용이 강조가 되면서 훨씬 잘 들리게 된다. 또 질문을 한 후나 명언이나 격언을 사용하기 전후, 마무리 단계에서 조금 길게 포즈를 취하면 청중을 집중시기는데 탁월하다. 어떤이는 멈춤이 길어질수록 강조의 효과는 더 커진다고 하기도 하는데 고개를 들고 하나, 둘, 셋을 세는 것과 동시에 좌우 그리고 정면을 본 후에 다음 말을 하면 적정한 멈춤이 될 것이다. 최근에 해맑은 소년의 모습으로 혜성같이 나타난 국민가수 박창근의 노래에 많은 사람이 기립박수를 보내며 감동한다. 그의 노래를 들어보면 세게 낼 부분에서 세게 내고 작게 낼 부분은 작게 내며 어떨 땐 길게 음을 뽑기도 한다. 그런 모습에서 사람들은 그의 노래에 엄지 척을 하고 눈물 흘리며 감동하는 것이다. 스피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고 감동을 주려면 강약조절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목소리는 낭랑하지 않고 탁해도 된다. 발음도 표준어가 아니라 사투리여도 된다. 말의 높고 낮음, 속도, 포즈 등의 변화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조롭게 말하지 말라. 음악처럼 변화를 주며 말하라. 노래를 부르듯 멜로디가 있게 말하라. 그러면 사람들이 흥미를 갖고 즐겁게 듣는다. 말하기에서도 음악처럼 시낭송처럼 분위기와 멋을 살려 보자. 듣는 사람이 감동한다. 청중이 감동하면 스피커가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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