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분무기가 고장이 나서 건재상에 달려가서 급히 한 개 사가지고 왔습니다. 폭염이라 해가 뜨거워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일찍 약을 쳐야 해서 가게 문 열자마자 사가지고 왔는데 어떻게 된 건지 고장 났던 어깨에 지는 20리터짜리 약통이 다시 작동이 됩니다. 약통이 두 개는 필요도 없고 일이만원짜리도 아닌지라 번거롭지만 다시 포터를 채찍질해서 건재상으로 달려가 반품 했습니다. 그런데 정상 작동이 되던 분무기가 일이 분도 안 되어 다시 펌프질이 안됩니다. 해는 점점 뜨거워지고 마음은 급해 수리를 해보려고 분해를 했는데 노즐이 찌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찌꺼기는 펠릿형 복합비료인데 용액에 제대로 녹지 않아 분무기를 망쳐놓았습니다. 분해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분해해서 세척을 했는데도 작동이 안 됩니다. 분무기를 다시 사러가야 하는데 창피해서 못가고 며칠 후 다른 데서 사가지고 왔습니다. 새 분무기로 가뿐하게 약을 쳤습니다. 오전 내내 흐려서 땀도 별로 안 흘렸습니다. 오늘 친 것은 일반 농약이 아니고 미생물 배양액인데 집 주변 장미와 꽃나무에 만연한 흑반병과 응애를 잡기 위한 것입니다. 장미가 몇 그루 없을 때는 문제가 안 되었는데 작년 올해 장미 정원을 만드느라 좀 많이 심었더니 병해가 심합니다. 묘목 판매점에서 권하는 대로 살충제와 살균제를 꾸준히 쳤는데 효과가 미미해서 고민하던 차에 미생물농법이라는 것을 배웠고 오늘 미생물 배양액을 농약대신 뿌린 것입니다. 이번에는 물에 잘 녹는 수용성 복합비료를 넣었기 때문에 지난번처럼 약통이 막히는 일은 없네요. 귀농한지 20년이 넘었는데 수용성 복합비료가 있다는 걸 이번에 약통이 망가지는 바람에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부끄럽네요. 최근에 미생물농법이 뜨고 있다고 합니다. 모든 작물은 연작을 하면 해거리를 하는데 그 작물만 먹는 미생물이 크게 활성화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나쁜)미생물은 일반 살균제로 완전히 제거가 안 되는데 이 (못된)미생물을 먹는 (착한)미생물을 배양해서 뿌려주면 연작장애가 해결이 된다고 합니다. 이 (고마운)미생물 액을 배양할 때 설탕과 복합비료를 섞어주면 미생물이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배양이 된 이 (예쁜)미생물이 배설한 배설물에는 식물에 유익한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땅을 기름지게 하는 지렁이 분변처럼 말입니다.   한 해 김장 고추 100포기를 심었던 적이 있습니다. 십 수 년 전 이야기입니다. 무농약으로 한다고 한 건데 그해 고춧가루가 6근 정도 나왔습니다. 고추가 크게 병이 들지는 않았지만 농약을 전혀 치지 않고 지은 첫 농사라 소출이 미미했지만 만족했습니다. 귀농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멋모르던 시기였지요. 다음해에 200포기를 심었습니다. 크게 욕심내지 않았지만 최소 12근 이상은 기대했는데 유감스럽게도 결과는 첫해 소출에도 크게 못 미쳤습니다. 그 뒤로 텃밭 고추는 10포기 정도만 심어 풋고추 먹는 걸로 만족합니다. 올해는 딱 5포기 심었는데 잘 먹고 있습니다. 가지 2포기, 호박 2포기, 오이 2포기, 방울토마토 2포기, 토마토 2포기... 황금 고구마는 2단 심었는데 제법 수확할 것 같습니다. 물론 시월까지는 가 봐야 알겠지만요. 고구마의 적은 미생물이 아닌 산돼지고 산돼지의 속은 알 수가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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