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후회가 되네요. 날씨가 하도 안 도와줘서 더는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세탁 건조기를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한번 사용해보고는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진작 들일 것을 왜 나만, 이 좋은 걸 모르고 살았나 싶습니다. 장마는 오늘로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고 매일 빨래 말리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장맛비에 습도는 높고 얼마 전에 구입한 제습기를 틀어가며 겨우 겨우 말리면 또 빨래바구니가 넘쳤습니다. 습하고 무더운 날씨에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나서 옷을 자주 갈아입게 되니 하루에 세 가족이 만들어내는 빨래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매일 세탁기를 돌려보지만 문제는 세탁이 아니고 건조입니다. 습도가 높아 빨래가 마르지를 않는 겁니다. 아내가 아무래도 세탁건조기를 구입해야겠다는 말에 귀가 번쩍, 며칠 이런 저런 모델을 알아보고 바로 구입했습니다. 가사의 수고는 세탁건조기 사용 전과 후로 나눈다고 합니다. B.C(Before Clothes dryer), 건조대가 있는 보일러실에서 땀을 흘리며 빨래를 널다보면 또 빨래가 한 개 더 생깁니다. 겨울에는 공들여 겨우 말린 옷에 쿰쿰한 냄새가 나서 다시 빨기도 합니다. 말리는 게 힘이 들다보니 가능한 세탁물을 적게 만들기 위해 웬만하면 하루 더 입습니다. A.D(After Dryer), 세탁기에서 건조기로 옮겨간 옷이 80분 정도면 뽀송뽀송한 상태가 됩니다. 빨래 건조대에 옷걸이를 이용해서 하나하나 걸지 않아도 되니 가사 시간이 많이 줄어듭니다. 빨래 부담이 없으니 웬만하면 새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아내와 나는 새로운 가전제품을 들이는데 보수적인 편입니다. 재작년에 무선 진공청소기를 구입했는데 이건 아내가 몇 년째 사야겠다고 망설인 뒤에 구입한 것입니다. 나도 이미 사용 중인 유선진공 청소기가 있고 로봇자동청소기까지 있는데 굳이 비싼 무선으로 바꿀 필요가 있냐고 시큰둥했는데 막상 구입해서 사용해보니 잘 바꿨습니다. 진작 바꾸지 않은 게 후회될 정도입니다. 수년 전에는 가스오븐을 인덕션으로 바꿨습니다. 이건 가스오븐이 고물이 되고 바꿀 때가 되어 자연스럽게 바꾸게 되었는데 인덕션은 가스통 교환할 필요 없고 사용하기 편리해 잘 바꾼 것 같습니다. 여기는 산골 오지라 가스가 소진되면 가스통 배달이 바로바로 되지 않기 때문에 한꺼번에 커다란 가스통을 3개씩 주문해서 사용했는데 비용도 인덕션보다 많이 들고 불편했습니다. 진작 바꾸지 않은 게 후회되었지요. 이제 바꿀 것은 거의 다 바꿨고 식기세척기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설거지는 내가 담당인데 이제는 나이가 드니 설거지가 많을 때는 허리가 뻐근하고 불편합니다. 식기세척기를 구입하고 싶지만 아내가 시큰둥 탐탁지 않게 생각해서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아이고~ 설거지 잠깐하면 되는데 뭘 세척기까지~ 설치할 자리도 엄써~” 이왕 바꿀 거면 좀 일찍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왕 들일 거면 좀 일찍 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아무리 연식이 오래되고 고장이 잦더라도 남편은 예외적으로 끝까지 바꾸지 않고 새로 들이지도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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