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례 기획기사(23.6.13-17) ‘챗지피티 6개월, AI의 두 얼굴’을 읽으면서 심각하게 생각던 것 중에 ‘AI 면접관 서비스 출시 임박’이 있었다. 인공지능이 교육, 의료, 법률 등 분야를 막론하고 개입되어 있는 것은 알 만큼 아는 일이지만 ‘인간적인 것의 종말’ ‘AI가 인간을 선별하여 인간을 밀어낸다?’ 와 같은 문장을 끌고 온 ‘AI 면접관 출시’는 올 것이 왔다는 느낌 때문에 섬뜩했다. 회사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대면 면접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선별한다는 것은 기계적으로 인간을 골라낸다는 의미로 읽혀져 모욕감마저 느껴졌다. AI의 뒤에는 누구들이 있으며 이를 조종하는 것은 누구인가. 지난 4월 인공지능 분야의 교수와 연구자 등 3만여명이 인공지능 개발을 ‘6개월만이라도 멈추자’는 공개 서한을 발표하고 허위정보와 가짜뉴스, 차별과 편견의 증폭, 값싼 생화학, 사이버 무기 개발로 국가안보 위협과 함께 정교해진 보이스피싱에 의한 피해 등을 첨단 인공지능 시스템을 방치하면 일어날 수 있는 위협이라고 우려했으며, 5월 말에는 인공지능 업계를 대표하는 경영자 연구자 개발자 350명이 인공지능으로 인한 인류 멸종의 위협을 경고하는데 동참했다고 한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6개월만 멈춰서 뭐하겠냐 싶기도 했고, 인공지능을 개발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인류멸종의 위협을 말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생각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마저도 인류멸종의 위협을 느낀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또 한겨례의 인터뷰에 응한 피터 스톤 미국 텍사스대 컴퓨터 공학과 교수는 인공지능을 “인간에 의한 악용” “대량의 사기와 허위 정보 범람”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고 진짜처럼 보이는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들이 기계가 만든 가짜일 수 있다면서 “보는 것이 곧 믿는 것”이 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는 인공지능 때문에 세상은 요동치고 있고 악용하는 사람들에 의한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는 것도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올랜드 부인의 공포’(리디아 데이비스「불안의 변이」)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리디아 데이비스는 올랜드 부인을 생활의 면면에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존재로 묘사하면서 이 불안의 시대를 예견한 것인가. 우리 삶의 곳곳에 출몰하는 AI는 인간적인 것을 앗아가고 인류를 절멸할지도 모른다는데 이런 상황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면 희생도 더 늘어날 것이다. 인간은 불가사의한 존재다. 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교육적인 것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정의로운 사회를 부르짖으면서 정의와는 다른 방향으로 내달린다. 인간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위협적인 산물을 세상에 내놓은 것, 이를 악용하는 부류가 있다는 것이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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