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버지를 위해 다시 함양으로 내려왔고 이젠 돌아가신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이진순씨. 남편과 함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양봉장 ‘외갓집 꿀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함양에 6년째 머물고 있다. 자연 그대로 지리산의 꿀맛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이진순씨, 어릴 적부터 양봉에 대한 추억이 많은 만큼 애정하는 마음으로 100통 가까이 되는 규모의 꿀벌들을 정성껏 기르고 있다. “어릴 적부터 양봉장을 운영하던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벌을 기르는 방식들을 보아왔죠. 아버지가 해오던 재래식 방식으로 벌들을 기르고 있어요. 벌도 생명이고 자기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고 사회가 있으니 사람이 아닌 벌의 생활에 맞추는 방식으로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외갓집 꿀 농장’에서는 자연 숙성 꿀을 생산한다. 자연 숙성 꿀은 꿀벌들이 스스로 날개짓하며 수분을 날리고 먹고 뱉는 활동을 반복하는 등 자연적으로 맞추어진 농도의 꿀을 말한다. “일반 농축 꿀은 인위적으로 열을 가해서 수분을 제거하는데 아무래도 자연적인 향이나 맛이 떨어질 수가 있어요. 이와는 달리 저희 꿀은 벌들이 날갯짓을 해서 말려 숙성을 시킨 꿀입니다. 열을 가하거나 인공 가미를 하지 않고 생꿀 그대로를 채취해서 병에 바로 담아 소비자에게 판매합니다. 함양에는 자연 숙성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함양 꿀은 믿고 드셔도 됩니다” 이처럼 자연 숙성 꿀을 고수하며 양봉일에 매진하고 있는 이진순씨는 벌통 앞에서 꿀벌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옛날 생각이 난다. 어릴 적 경기도 하남시에서 살 당시의 양봉장을 운영하고 있던 아버지의 모습도 떠오른다고 한다. “제가 어렸을때부터 아버지가 양봉일을 계속하셨어요. 학교 다니기 전에 집 옆 양봉장에서 아버지가 앉아서 벌을 보시곤 했는데 제가 다가가면 로얄 젤리를 따서 주시던 기억이 나네요” 이진순씨는 6년전 함양으로 돌아오기 전에도 함양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남편이 함양 출신이라 잠시 함양에 머물며 살다가 서울로 올라갔는데 시간이 흐른 후 함양에 농장을 사고 자리 잡았던 아버지가 폐암 말기 진단을 받으면서 함양으로 다시 내려오게 됐다. “30년 전에 남편 고향인 함양에서 잠시 살았던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서울로 올라가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함양으로 2차 귀농하시던 아버지가 갑자기 폐암 말기 진단을 받으셔서 2년 정도를 서울과 함양을 왕복했죠. 그러다 남편이 내려가 살자고 해서 내려왔죠. 내려왔더니 벌통이 3통밖에 안 남아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버지가 남편이 양봉일을 하면 벌통을 계속해서 늘려주시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못 지키시고 6개월 만에 돌아가셨어요. 이후 저희가 계속해서 벌통을 늘려온 것이죠” 아버지와의 추억을 안고 열심히 남편과 꿀벌을 기르고 있는 이진순씨, 지난 2018년에는 꿀 가게도 오픈하면서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 확산, 꿀벌실종현상 등 여러 시련들이 있었음에도 담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외갓집 꿀 농장’이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어떠한 욕심을 내는 것은 힘든 일이 된 것 같아요. 지금 이대로 남편과 정직하게 꿀을 생산하면서 살아가고 싶고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정성껏 보답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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