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장마는 오랫동안 기억이 될 듯합니다. 아니 어쩌면 여름 장마가 매년 올해처럼 반복될 지도 모르겠네요. 쉬지 않고 내리는 비에 습도가 너무 높아 거실에 제습기를 놓았습니다. 물통에 물차는 걸 보니 혀가 쏘옥 나오네요. 공기 중에 물이 이렇게 많이 떠다니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빨래도 잘 안 말라 생각치도 않았던 세탁 건조기까지 구입하려고 합니다. 세탁실에 나무로 튼튼한 받침대를 만들고 그 위에 놓아야겠습니다. 세탁건조기는 19키로 용량 작년 모델을 보았는데 생각만큼 비싸지는 않네요. 처음에는 인터넷으로 본 9키로 모델이 적당해 보여 그걸로 마음을 정했는데 마침 이마트에 갈 일이 있어 가전매장에 들렀다가 9키로 짜리는 원룸에나 사용하는 작은 사이즈라는 걸 알았습니다. 빨래가 많이 나오는 세 식구 농가에서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가전제품은 역시 실물을 보고 구입해야합니다. 컴퓨터에서 사진을 보고 사이즈도 확인했지만 실물을 보지 않고 머릿속에서 가늠하니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금년에 생산된 모델은 대부분 20키로, 21키로 용량으로 작년 모델 19키로에 비해 가격이 차이 나게 비쌉니다. 메이커에서 가격을 올리기 위해 용량을 1~2키로 키운 것 같습니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사용하는 데는 19키로나 21키로나 그게 그겁니다. 종일 비가 오니 고양이가 비를 피한답시고 야외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테이블 상판은 파라솔 꽂는 구멍도 있고 틈이 있는 것이라 줄줄 새는 우산을 쓰고 있는 꼴인데 그냥 터억 엎드려 식빵을 굽고 있습니다. 그나마 새는 우산도 쓰지 못하는 장미꽃과 에키네시아, 글라디올러스는 처량해보입니다. (수리야~ 심심하지? 니 맘이 내 맘이야~) (꽃들아~ 답답하지? 니네 심정이 내 심정이야~)   날씨가 정말 미치지 않고서는 이럴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장마래도 그렇지 비가 이렇게 한 달 이상 이어질 수는 없습니다. 재작년에는 봄여름 내내 비가 오지 않아서 애간장을 태우더니 올해는 그만 오라는데 빚쟁이처럼 계속 와서 힘들게 합니다. 겨울 날씨도 그렇습니다. 어떤 해는 곶감을 한창 말릴 11월에 장마처럼 비가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 해에는 전국 대부분의 곶감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었지요. 그 뒤 곶감농가들은 시설을 현대화해서 요즘 곶감 좀 만든다는 농가는 겨울 장마가 와도 큰 걱정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곶감 말리기가 참 쉬웠습니다. 감을 깎아서 덕장이나 처마 끝에 걸어만 놓으면 삼한사온 겨울 날씨가 감을 얼렸다가 녹이기를 반복하면서 맛있는 곶감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겨울 날씨는 삼우사미라고 합니다. 사흘 비 오고 나흘 미세먼지 끼니 곶감 덕장도 이제는 현대화 하지 않으면 고품질 곶감 만들기 어렵습니다. 장마가 언제쯤 끝날지 궁금해서 구라청에 전화해보니 그건 그 때 가봐야 알겠답니다. 모르면 솔직히 모른다고 할 것이지 그 때 가보면 누군들 모르겠습니까? 하긴 솔직하게 모른다고 하면 미안해서라도 그 자리에 앉아있을 수 없겠지요. 모른다는 걸 자꾸 캐물으면 요즘 인구에 회자되는 유쾌한 장관처럼 앞으로 일기 예보를 중단하겠다고 희롱을 할까봐 그러냐고? 그렇지요! 그래요~ 하고 말았습니다. 어쨌든 장마는 이어지고 있고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만 이런 때일수록 생활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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