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장마철은 전국적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하루 빨리 일상생활을 되찾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저희 엄마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올해 1월에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엄마의 일생이 행복했는지 안 했는지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저 때문에 힘드셨을 일을 떠올리면서 후회도 하고 미안해서 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가시기 7년 전부터 알츠하이머증 때문에 기억을 많이 잃으신 상태였고 저에 대한 기억도 오래전 딸의 모습으로만 기억하고 계셔서 제가 눈앞에 있어도 엄마에게 저는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상태가 좋으실 때는 알아보시기도 하지만 보통은 이야기를 나누고 도중에 갑자기 “그런데 누구세요?”라고 물어보실 때가 많았습니다. 처음은 실망스러웠고 엄마가 불쌍하다고 느꼈지만 잘 생각해보니까 저의 엄마는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도 많았기 때문에 치매에 걸리신 것이 꼭 나쁘기만 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를 키워주시는 동안 제가 알고 있는 엄마는 아주 강하고 억센 사람이었고 절대로 먼저 못한다는 말을 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저에게 엄마는 완벽주의자라는 이미지였습니다. 그러나 치매에 걸리신 이후 엄마가 아주 사랑스럽고 유머 센스가 있는 사람이 되셨습니다. 자연스럽게 사시는 그런 모습을 보니까 ‘혹시 이 모습이 진짜였나, 우여곡절이 많은 인생을 살아오시면서 자기가 서있는 입장의 역할을 다 해내기 위해 그런 강한 모습으로 살아올 수 밖에 없으셨던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치매에 걸린 후에 엄마와 같이 있을 때마다 그 전에 강한 엄마랑 같이 있었을 때보다 저도 더 자연스럽게 대할 수 있었고 사랑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의 엄마는 양자로서 친엄마의 큰언니, 즉 큰이모를 엄마로 모시고 살았습니다. 함께 양자로 자란 동생이 하나 있었는데 그 동생도 이모의 두 번째 딸이었습니다. 그 동생은 키워주신 엄마, 큰이모보다 친엄마가 좋아서 가까이에 있었던 친엄마 집으로 자주 갔답니다. 저희 엄마는 ‘그 모습을 보면서 부러웠지만, 나는 큰딸이고 나까지 그러면 엄마가 얼마나 속상하고 슬퍼하실까 걱정이 돼서 못 갔다’고 합니다. 친엄마 집이 기차 타고 가야 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쉽게 가지 못하는 것도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딱 한 번 엄마를 보고 싶은 마음에 참지 못하고 찾아가 본 적이 있었답니다. 집에서 역까지는 먼 거리였지만 걸어서 갔답니다. 그 뒤에는 기차를 타고 또 배를 타고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답니다. 친엄마 집에 갈 때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요. 그동안 보고 싶었던 엄마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까, 엄마가 어떤 표정으로 나를 맞이해주실까’ 기대 반 걱정 반이셨겠지요. 아마 중간에서 ‘가지 말까’라는 생각도 하셨을 겁니다. 그러나 역시 거절 당할지라도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엄마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겨우 도착한 집의 문을 두드리고 친엄마가 나오셨을 때 친엄마께서는 ‘뭐하러 왔냐, 너는 이 집의 딸이 아니다. 집으로 가라’라는 말을 하시고는 다른 말은 하나도 없이 문을 닫으셨답니다. 아마도 문을 닫았던 제 할머니, 친엄마도 거기서 눈물을 많이 흘리셨을 겁니다. 당장이라도 자신의 딸을 안아주고 싶고 지금까지의 고생을 위로해주고 싶었겠지만 자신의 딸을 키우고 있는 언니를 생각하면, 그렇게 보낼 수 밖에 없으셨겠지요. 저희 엄마는 거기에서는 울지 못하고 키워주신 엄마 앞에 친엄마를 찾아갔다는 말도 못하고 하니 그저 그 날 안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했답니다. 다시 배를 타고 기차 타고 역에 도착했을 때는 조금 어두워진 저녁이었습니다. 걸어서 집으로 가는 길 중간에 사세보 강이라는 큰 강이 있는데 그 주변을 걸으면서 엄마 앞에서 울지 않기 위해서 집으로 바로 가지 못하고 울고 싶을 만큼 울었다가 집으로 갔다고 합니다. 제가 그 이야기를 들었던 것은 아직 초등학생 때였습니다. 그 뒤에도 몇 번 듣기는 했지만 공감해줄 수 있을 만한 나이가 아니었는지 엄마의 이야기를 그냥 들어주면 ‘그랬었구나’라는 말 밖에 해줄 수 없었습니다. 이제 자신의 나라 일본에서 한국에 오면서 엄마가 된 지금 다시 그 때의 엄마 이야기를 듣는다면 같이 울고 엄마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그 때의 외로움을 엄마가 어떻게 혼자 겪었을지 가늠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외로움을 안고 저희를 사랑으로 키워주셨던 엄마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일본에서는 양력으로 8월13일~15일까지 추석입니다. 저의 엄마는 올해 1월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이번이 첫 추석이 됩니다. 첫 추석에는 조상을 더 잘 모시려고 음식 준비를 하고 다시 가실 때 타고 가신다는 배를 준비한다고 돈을 투자합니다. 마지막 15일에 “쇼로나가시”라는 배를 준비하는데 저의 집은 큰 배까지 준비는 못 하지만 저도 8월에 그 맞춰서 다녀오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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