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손가락 마디가 뻐근한 게 아무래도 관절이 무슨 신호를 주는 것 같아 걱정이 되었습니다. 몇 번 쥐락펴락하면 금방 풀리기는 하지만 여태 이런 일이 없었습니다. 일을 무리하게 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근육과 관절이 아플 정도로 농사일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나는 아무리 일이 많고 바빠도 천천히 하고 적당히 하는 것을 혁신으로 생각하는 농부라 몸을 혹사해가며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뇌 구조상 몸이 아플 정도로 힘써 일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입니다. 지난해에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읍에 있는 병원에서 발톱 무좀약을 처방 받으면서 피검사를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혹시 팔다리 관절이 아프지 않느냐고 한 적이 있습니다. 피검사 결과에 “무슨 수치가 높고 풍끼가 있다”는 겁니다. 직접 들은 얘기는 아니고 “원장님이 한번 물어보라 카드라~”하고 진료실 밖에서 간호사를 통해서 들은 얘기인데다가 그 때는 실제로 아픈 데가 없어서 못들은 척 했습니다. 좀 찝찝하긴 했지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금년 초에 팔꿈치가 가끔 뻐근해서 ‘정말 풍끼가 있는 모양이다 이제 증상이 나타나나보다’ 하고 병원에 다시 갔더니 통풍 약을 처방해주었습니다. 통풍의 원인인 요산 수치를 낮춰준다는 약을 두 달 먹고 다시 피검사를 했는데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약은 그만 먹어도 되느냐고 하니 원장님이 “통풍 약은 평생 먹어야 된다”고 해서 못들은 척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손가락 마디에 무슨 신호가 온 것입니다. 시골 병원이 가깝기도 하고 진단과 처방 및 치료가 빨라 좋긴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래도 좀 큰 병원에서 치료를 해야 할 것 같아 진주 경상대병원에 예약을 하였습니다. 읍에 있는 병원은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했는데 이번에는 류마티스 내과로 예약이 되었습니다. 대학병원이라 환자가 넘쳐 보름을 기다렸고 어제 겨우 진료(3분?)를 보고 엑스레이와 피검사를 하고 왔습니다. 결과를 보는데 또 보름 기다려야하네요. 진료를 보신 교수님이 통풍이 아니라고 해서 약간 놀랐습니다. 통풍은 대부분 발가락에 증상이 나타나고 엄청 아픈 거라고 합니다. 뻐근하다는 손가락 마디마디 만져보고는 아프지는 않으니 일단 검사를 하고 진단을 하겠답니다. 우리나라는 의료보험이 잘 되어있어 큰 병원에 가도 진료비 걱정이 없습니다. 4년 전 나는 낙상사고로 오른발이 분쇄 골절되어 대학병원에서 큰 수술을 하고 장기 입원도 했는데 병원비가 거의 안 들었습니다. 본인 부담금 백 몇십만원 마저 농업인 재해보험에서 내어주었거든요. 얼마 전 아내 친구가 미국에 사는 딸네 집에 갔다가 교통사고로 팔이 골절되어 미국에서 수술을 했는데 진료비가 2억 5천만 원이 나왔다고 합니다. 4년 전 내가 낙상사고로 한 큰 수술을 만약 미국에서 했다면 진료비가 10억 이상 나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아내 친구가 한국에 들어와 추가 치료가 필요해서 카톨* 병원에 갔는데 담당의사가 미국에서 병원비가 얼마 나왔냐고 묻더랍니다. 속으로는 이런 걸 왜 물어보지 하면서도 그대로 말했더니 (아마도 젊은) 그 의사가 했다는 말이 충격적입니다. “이러니 한국에는 개나 소나 수술을 한다고...” 이야기가 엉뚱한 데로 빠졌는데 아내로부터 들은 이 얘기는 도무지 못 들은 척 할 수가 없어 불쑥 하게 되네요. 나는 개도 아니고 소도 아니고 대한민국 농부라는 말이 갑자기 하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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