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부터 ‘아이돌과 팬의 관계’에 관심이 많았다. 아이돌 그룹들은 언제나 ‘팬 여러분, 저희가 정말 좋아하는 거 아시죠?’라고 말하고, 팬들은 ‘언제까지나 너희들을 좋아할게’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좋아하다’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네이버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좋아하다’의 의미는 ‘어떤 일이나 사물 따위에 대하여 좋은 느낌을 가지다’이다. 하지만 나는 그저 긍정적인 느낌을 가지는 것만으로는 ‘좋아하다’라는 말을 설명하기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기사에서는 내가 직접 느껴보며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좋아하다’라는 말에 담겨있는 다른 의미들을 찾아보려 한다.   나는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의 팬인 아미이다. 지난 3년 동안 아미로 지내면서 방탄소년단은 아미에게 항상 헌신적이고, 아미들 또한 방탄소년단에게 헌신적인 모습만을 봐왔다. 서로 서로의 관계에 확신을 가지고, 끊임없는 믿음을 가진다. 여기서 나는 ‘이것이 정말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지 않고도 가능한 일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얼마 전, 나는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의 솔로 콘서트에 다녀왔다. 공연장 주변에는 햇빛을 피해 그늘에서 콘서트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인상 깊었던 점은 내국인과 외국인의 비율이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외국인이 정말 많았다는 것이었다. ‘지방에 사는 나도 두 시간 반 걸려 서울에 도착했는데, 저분들은 얼마나 먼 거리를 날아오신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두 시간 남짓한 콘서트를 보기 위해 수십 시간을 할애하여 날아온다니, 과연 얼마나 그 사람을 좋아해야 가능한 걸까? 국적, 언어, 문화가 모두 다른 사람에게 진심인 외국인 팬 분들의 존재에서 ‘좋아하다’의 뜻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나는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귀중한 것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절대 다시 되돌릴 수 없기에, 나에게 얼마나 주어졌는지 모르기에 더욱 소중한 시간.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아끼지 않고 쓸 수 있는 것. 그것이 내가 찾은 ‘좋아하다’의 첫 번째 의미이다. 사람들이 시간을 할애하는 것에 대해 좀 더 깊게 파고들어 보자.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고 갈망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주어진 시간을 자신의 행복을 위해 쓰고 싶어 한다. 즉,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나의 시간 할애=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누군가를 좋아함으로써 행복을 느끼는 것일까? 생각해 보니 나의 경우에도 방탄소년단을 좋아함으로써 더 행복해졌고, 어느새 그들을 보면 웃고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나의 행복을 목적으로 어떤 사람을 열렬히 아끼는 것. 이것이 내가 찾은 ‘좋아하다’의 두 번째 의미이다. ‘덕질(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파고드는 일)은 자신이 가장 힘들 때 찾아온다’라는 말이 있다. 너무나도 지치고 힘이 들 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노래를 들으며 위로받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는 팬 분들이 정말 많다. 내가 힘든 시기에 힘을 얻었으니 그 사람 또한 힘들고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항상 행복만 하길 바라는 마음. 이것이 내가 찾은 ‘좋아하다’의 마지막 의미이다. 결국 아이돌과 팬이 서로 좋아한다는 것은 서로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쓸 수 있고, 그 행위로 인해 내가 행복해지며, 동시에 서로가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들이 일방적이지 않고 쌍방향으로 존재하기에 모두가 행복한 아이돌과 팬의 유대가 형성되지 않았을까? 사실 내가 이 글에서 정말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누군가를 좋아함으로써 삶의 행복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덕질이 밥 먹여주느냐?’, ‘걔네들은 너 모른다.’, ‘시간 아깝다.’라는 사람들의 시선이 아직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번 사는 인생, 유한한 시간동안 나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연인, 가족, 친구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해 보는 것은 가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이 같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관계를 맺어나가는 것 또한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서울 콘서트에 갔을 때, 내 뒷자리에는 60대 정도로 보이는 할머니가 계셨고, 슈가가 노래할 때 누구보다 열심히 응원법을 외우며 함께 노래해 주셨다. 덕질에 나이는 중요치 않다. 아이돌이든, 트로트 가수든 내가 50대든, 60대든 주변의 시선은 잠깐 접어 두고 나의 행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 기사를 통해 한 분이라도 용기를 덕질을 통해 행복을 얻으신다면 글을 쓴 보람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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