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올해는 유난히 길게 이어지고 강수량도 많습니다. 물론 비가 많이 와야 작물이 잘 되기는 하지만 와도 너무 많이 오니 병이 올까봐 걱정이 됩니다. 지나쳐서 좋을 거 하나도 없습니다. 아무래도 올해는 텃밭 농사가 별 재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 올 봄에는 작물 종류를 많이 줄여 심었습니다. 비록 텃밭 농사라고 하지만 심을 때는 항상 의욕이 앞서 이것저것 많이 심게 됩니다. 그래서 다 먹기는커녕 이웃에 나누지도 못할 정도로 많이 수확하고서야 후회를 하곤 하는데 올해는 정말 많이 자제를 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일이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작물을 심어 처치 곤란이었지요. 사월 초파일에 상추 몇 종류, 시금치, 루꼴라, 부추, 완두콩, 고추 몇 종류, 토마토, 방울토마토, 오이, 호박 2종류 등만 심고 남은 밭은 모두 황금고구마랄 꿀고구마를 심었습니다. 상추도 딱 먹을 만큼만 몇 종류 심었는데 예상외로 잘 되는 바람에 반에 반에 반에 반에 반도 못 먹고 있습니다. 향이 독특한 루꼴라는 처음에는 좀 뜯어 먹었는데 벌레가 많이 생겨 너덜너덜해졌습니다. 루꼴라 향을 특별히 좋아하는 벌레가 있는 것 같습니다. 완두콩은 지난 주 수확하였고 꼬투리 까는데 이틀 걸렸습니다. 물론 하루 종일 콩만 깐 것은 아니지만 허리 아프게 아들 손까지 빌려 까면서 내년에는 절대 심지 않겠다고 다짐했답니다. 고추는 딱 10포기 심었습니다. 여름철 밥반찬으로 풋고추만한 게 없지요. 바로 따서 먹으면 뒤끝이 살짝 매운 맛이 일품입니다. 이십년 전 귀농 첫해 텃밭에 고추를 100포기 심었습니다. 그때는 농약을 치지 않았는데 건고추 10근 정도 수확하였습니다. 그 다음해에는 욕심을 내어 240포기를 심었는데 수확은 100포기 심은 것과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24근은 나올 걸로 기대했는데 농사는 산술적으로 계산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고구마는 황금고구마랑 꿀고구마 합해서 딱 두 단 심었습니다. 두 단만 해도 잘만 수확하면 열 박스 이상 수확이 가능합니다. 다만 산돼지보다 먼저 수확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멧돼지는 고구마를 특별히 좋아하기 때문에 장마가 한창인 이맘때부터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아직은 고구마가 손가락 정도밖에 굵어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아는 지 귀신같이 알고 내려옵니다. 한 해는 고구마 밭을 멧돼지에게 통째로 넘겨주고 그 뒤로 다시는 심지 않았는데 올해는 튼튼한 울타리를 텃밭 둘레에 쳐놓고 다시 한 번 심어보았습니다. 신품종 황금고구마가 맛있다는데 기대가 큽니다. 멧돼지에게는 절대 비밀입니다. 지난해엔 감자를 심었는데 망했습니다. 씨감자를 반 박스 얻어 심었는데 조림감자용이나 가능한 방울만한 크기로 겨우 반 박스 수확하고 말았습니다. 한 해 전에 조성한 돌밭에 심어서 그런지 감자가 전혀 굵어지지 않았습니다. 나름 퇴비도 뿌려주었는데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지요. 앞으로 다시는 감자 심지 않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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