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형, 짱깨, 처녀작, 외눈박이, 유모차. 모두 이런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눈치를 챘겠지만 모두 차별과 혐오의 시선을 담고 있는 말들이다. 학부형은 학생의 보호자를 아버지와 형에 제한을 두는 단어로 학생 교육에서 어머니를 배제하는 말이다. 현재는 학부모로 바꿔 쓴다. 짱깨는 중국인을 비하하면서 중식 음식점의 짜장면을 낮게 부르는 말로 표현된다. 처녀작은 첫 작품을 뜻하는 말로. 일본인들이 처녀를 처음이란 의미를 담은 접두사로 쓰던 언어습관이 한국까지 연결된 말이다. 순결 자체는 고귀하지만 언어에 따라 여성의 순결성만 강조하는 형태로 적용된다면 성차별적 표현임이 틀림없으며 그릇된 성 가치관을 재생산할 수 있다. 이는 등단작이나 데뷔작 등의 표현으로 바꿔 부를 수 있다. 편협한 시각을 가진 사람을 두고 한쪽만 본다며 외눈박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가진 표현이다. 유모차는 아이 양육의 주체를 여성으로 규정하던 과거를 반영하는 표현이다. 유아차로 바꿔 말할 수 있다. 혹자는 대체어를 쓰자는 것을 유별나게 느낄 수도 있다. 책 ‘그런 말은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의 저자,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는 “당장은 불편하게 느껴지더라도 차별 표현을 점검하고 이야기하는 일은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드는 첫걸음일 수 있다”고 말한다. 7월 1일 함양청년네트워크 이소(대표 김다솜, 최학수)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책읽는사회문화재단,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회, 함양군청년마을 ‘고마워, 할매’가 후원한 이번 북토크는 장슬기 작가와 함께 일상적 차별과 혐오 표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언어 사용법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북토크는 미디어오늘의 장슬기 기자가 수년간 정치인들의 일상적 차별 발언, 대중매체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쓰는 혐오 표현 등을 다루며 겪었던 다양한 논제를 소개하기도 하고 정치인의 인식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며 성황리 마무리됐다. 장슬기 작가는 “대부분의 차별은 그렇게 일상에 스며든다. 차별당하는 사람은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경험이기에 분노가 치밀고 고통스럽지만, 차별하는 사람은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두고 찾아보면 차별 표현을 대체할 좋은 ‘말 그릇’은 얼마든지 있고, 거기에 음식을 담아 누구에게나 대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무심결에 쓰는 표현 가운데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혐오하는 표현이 없는지 알아차리는 능력을 ‘언어 감수성’이라고 한다. 장슬기 작가는 “언어 감수성은 지식과 감성 등이 적절하게 섞여 있다고 생각한다. 이해하고자 하는 감성과 차별을 피하고자 하는 지식이 있어야만 갖출 수 있다”며 “이런 노력이 있어도 한순간에 모든 차별과 혐오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언어는 차별의 원인이면서 동시에 차별의 결과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언어생활을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책 ‘그런 말은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는 장애인, 여성, 노약자, 난민, 이주 노동자, 성소주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혐오와 편견, 차별과 배제의 표현들이 우리 일상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더욱 성숙한 시민으로서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가기 위한 ‘우리만 사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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