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번개가 미친 듯이 치는 바람에 잠을 설쳤습니다. 한 숨도 못잔 것 같습니다. 장마철에 천둥 번개 치는 것쯤이야 예사지만 지난밤처럼 겁이 난 적은 없었습니다. 미사일 폭격이 이 정도일까 싶었습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번쩍번쩍 우르르쾅광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습니다. 번쩍하는 순간부터 천둥소리가 들릴 때까지 마음속으로 일초 이초...하고 세어보면 얼마나 가까운 곳에 벼락이 떨어지는지 알 수 있는데 빛과 소리를 거의 동시에 때리니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습니다. 마당에 쏟아지는 빗물은 거의 개울 수준이었습니다. 날이 밝고 비가 잦아들자 냉동 창고로 달려갔습니다. 평소에는 눈 뜨면 뜨거운 차 한 잔 들고 정원 꽃나무랑 하나하나 눈 맞추며 안부 인사 하는 게 일상인데 오늘은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냉동 창고가 밤새 안녕하신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무사했습니다. 곶감을 보관중인 1호 급냉, 2호 급냉, 3호 냉동, 4호 냉동 창고 모두 이상 없었습니다. 사실 밤에 잠을 설친 첫 번째 이유는 연중 판매하는 곶감을 보관하고 있는 냉동 창고 때문입니다. 우리 집은 산 아래 첫 집이라 번개 치면 긴장하게 됩니다. 보일러 기판은 번개에 특히 취약하기 때문에 이미 사흘 전부터 전원을 빼두었습니다. 어쨌든 일반 가전제품은 문제가 생기면 피해가 그 것에 한정되지만 냉동 창고는 문제가 생기면 보관중인 곶감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긴장을 하지 않을 수 가 없습니다. 지난밤 그렇게 난리를 치더니 오늘은 해가 실실 웃고 있습니다. 아무리 변덕이 심한 여름 날씨지만 TV채널을 바꾼 것처럼 이렇게 천연덕스러울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예보를 보니 비는 앞으로도 열흘 이상 이어질 예정이고 어제 밤 내린 비는 한 달 내릴 비였다고 합니다. 엄천강이 범람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만 수위까지 올라왔습니다. 지금은 개었지만 다시 비가 예보되어있기에 텃밭에서 풋고추만 한 소쿠리 얼른 땄습니다. 여름철 밥반찬으로 풋고추만한 게 없지요. 고구마 밭고랑은 물이 흥건합니다. 정원을 가꾸는 사람에게 장마철은 분명 힘든 시기이지만 꽃나무 삽목하기에는 최적기입니다. 이맘때 삽목은 한마디로 그저 먹기입니다. 전지가위와 송곳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전지가위로 장미나 국화 가지를 자른 뒤 땅에 송곳 찌르고 꽂으면 끝. 이 시기에 국화 삽목은 100% 성공하고 장미 같은 꽃나무는 죽죽살살입니다. 죽으면 죽고 살면 살고 식으로 부담 없이 꽃아 놓으면 뿌리내리는 것들도 제법 됩니다. 지난 해 이런 방식으로 국화를 삽목하여 개체수를 30~40배 늘렸습니다. 국화 삽목의 매력은 그해 가을에 풍성한 꽃까지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5월에 하면 더 좋지만 6월에 해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국화는 9월이 되어야 꽃눈이 형성되고 그 전까지는 가지를 키우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장미는 뿌리를 내려도 다음 다음해 정도 되어야 꽃다운 꽃을 볼 수 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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