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원자로 핵 오염수 해양 방류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여와 야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PIF(Pacific Islands Forum, 태평양 지역 섬나라들의 포럼)에서는 일본의 핵 오염수가 자국 해역으로 흘러들어오게 될 것을 우려해서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에 반해서 우리나라 정부는 마치 일본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니 어찌된 영문인가? 정부 여당에서는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라는 것을 만들어서 활동 중에 있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를 두둔하는 것이 가장 큰 임무인 것 같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나라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일종의 ‘대한민국 국민 달래기’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 아닌가 싶다. 정부의 대응을 보면 가관이다.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따르는 예측 가능한 그 어떤 시나리오라도 절대로 유포해서는 안 되는 괴담으로 몰아가고 있다.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정부는 일본의 국익 보다는 우리나라 자국민들의 건강권을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국민의 염려를 종식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억지로 주입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희석되지도 않은 채 후쿠시마에서 가져온 물 1리터가 있다면 바로 마셔볼 수 있다”는 영국 학자의 말이 그것이다. 그의 발언 때문이었을까? ‘후쿠시마에서 가져온 물 1리터’ 이야기는 일본 핵 오염수 방류를 찬성하는 우리나라 정부 각료들의 입에서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서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이나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등이 후쿠시마 핵 오염수가 WHO(세계보건기구) 음용기준 맞게 처리된다면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황제에 대한 충성 맹세가 아니길 빌어본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물질은 세슘(Cs 137번)이나 아이오다인 131 등이다. 세슘은 우라늄이 핵 분열할 때 발생하는 방사선 동위원소이다.  세슘에 피폭될 경우, 반감기(半減期)가 무려 37년으로 매우 길다. 물론 프러시안 블루라는 해독제로 최대 70%까지 피폭량을 줄일 수 있다고는 하지만, 한 번 피폭되면 죽을 때까지 인체 내에서 베타선이 방출된다. 세포 내 DNA 파괴로 생식 기능이 저하되고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기형아를 출산하게 될 뿐 아니라, 암을 일으키는 주원인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방류해도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이렇다. 세슘-137이나 아이오딘131 등의 방사성물질은 대개 무겁기 때문에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아서 우리나라까지 오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그러나 먹이사슬에 의해서 핵 오염 물질이 우리 식탁까지 오게 될 것은 뻔한 이치가 아닌가? 오염수가 희석되면 안전하다거나 상대적으로 무거워서 바다에 가라앉을 것이니 걱정 말라는 식의 주장은 누가 봐도 무책임한 말에 불과하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일부 시민들의 불안한 행동들을 ‘선동’으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이는 군중들의 심리를 호도함으로써 그들을 잠재적인 폭도로 규정하는 것에 다를 바가 아니다. 시민들의 주장을 단순히 괴담 정도로만 치부해서도 안 된다. 가뜩이나 ‘검찰 정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현 정부가 아닌가? 그렇다면 더욱 시민들의 자유로운 소통과 표현을 보장해 주어야 마땅한 일이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하루 평균 천 건이 넘는 압수 수색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고 하니, 일자리가 없어서 쩔쩔 매고 있는 때에 과연 검찰들만 살판이 난 것 같아 씁쓰름하다. 코로나 이후로 교회에서도 김장을 담글 일이 없어지면서 교회 안에서의 소금 사용량도 크게 줄었다. 그러나 아예 소금을 안 먹고 살 수는 없기에 호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에 소금을 좀 사둬야겠다 싶어서 인터넷을 뒤져보았더니, 천일염에 대한 재고물량이 없었다. 결국 10kg도 아니고, 단 1kg밖에 주문을 못했다. 정부에서는 이런 일을 두고서 사재기를 부추기는 불순세력들이 있다는 등 5공화국 시절에나 듣던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껏 소금 1kg을 사느라 잠깐 동안 인터넷 쇼핑몰을 뒤진 것을 가지고 설마 압수 수색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혹시나 압수 수색을 당하게 된다면 나도 누구마냥 핸드폰 비밀번호를 끝까지 알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그나저나 지난주에 장마로 인한 수해가 있었는데, 쓰러진 나무나 침수된 주택을 압수수색해야 하지 않을까? 권력의 핵심에 있는 최고위층 피의자에게는 압수수색은커녕 대충 시간만 보내다가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하는 것을 보니, 참 후쿠시마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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