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녹(능력) 없는 사람을 내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내지 않는다.’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아무짝에 쓸모없고 이름 없는 풀이 없는데 하물며 이름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없음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앞 글귀에서 말하는 ‘이름’의 심층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사물의 존재 가치나 의의를 뜻합니다. 즉 이름이 주어짐으로써 사물은 비로소 의미를 얻게 되고 의미를 얻게 됨으로써 존재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라고 김춘수는 ‘꽃’을 제재로 존재의 본질을 인식하고자 하는 인간의 근원적 갈망과 진정한 인간관계 형성에 대한 소망을 싯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함양중학교 학생 여러분! 우리에게는 부모님이 지어준 멋진 뜻이 담긴 한 사람 한 사람 각자의 이름이 있고, 고유명사 그 이름으로 불리기를 소원합니다. 그러기에 여러분들의 이름 하나하나가 유의미한 개체이자 존재입니다. ‘홍현, 윤찬, 건기, 한결’ 부모님이 여러분에 대한 소망의 뜻을 가득 담아 소중한 이름을 지어주셨고, 여러분은 그 이름 뜻에 맞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롭고 밝고 바른 사람이 되어라, 착하고 지혜롭고 어진 사람이 되어라,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 되어라.’ 모두 다 좋은 이름들입니다. 부르기 편하고 여기에 함의까지 좋으면 금상첨화입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우리 속담도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사람의 이름은 단순한 호칭 수단이 아니라 바로 목적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이리하여 이름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유명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세상 모든 사람이 유명인(有名人)입니다. 그러면 우리 학교 이름 ‘함양중학교(咸陽中學校)’에는 어떤 심층적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함양군의 유래를 알아보고, 함양군(咸陽郡)과 중학교(中學校)의 한자 뜻을 살펴봅시다. 함양군은 신라시대 때 속함군·함성이라고 했다가 통일신라 경덕왕 때 천령군으로 바뀌었고 고려 현종왕 때에 지금의 함양군이 되었습니다. 함양이라는 땅이름은 이웃 나라 중국에서 따왔습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秦)나라의 수도 이름이 함양입니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함양을 차지하는 자가 중원을 차지하고 중원을 차지하는 자가 천하의 주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함양군의 한자 함(咸)은 ‘모두 다, 두루 널리’를 뜻하고 양(陽)은 ‘볕, 밝다’를 뜻하고 군(郡)은 ‘고을’을 뜻합니다. 그리하여 함양군은 ‘다볕 고을’이라는 장소에 대한 뜻과 함께 ‘해같이 빛나고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고을’이라는 인품의 뜻도 담겨 있습니다. 중학교(中學校)에서 중(中)은 중등(中等)의 준말로 ‘중등 보통교육’이라는 과정의 뜻에 ‘청소년’이라는 등급의 뜻을 어우르고 있습니다. 학교(學校)의 순우리말은 ‘배움터’입니다. 이리하여 함양중학교는 ‘다볕골 청소년 중등 보통교육 배움터’로 뜻풀이됩니다. 그러기에 우리 함양중학교 학생들은 그 이름 뜻 그대로 해같이 가슴 따뜻하고 밝게 빛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다볕골 청소년 배움터에서 체력을 기르고 학업에 정진하길 바랍니다. 지성 햇볕, 덕성 햇볕, 건강 햇볕을 고루 갖추어 자신의 다볕으로 세상을 감싸고 밝힐 수 있는 다볕골 함양중학생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리 학교 이름 속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반짝이는 지혜로 머리엔 새로움이, 나눔과 배려로 가슴엔 따뜻함이, 기운찬 몸과 마음으로 이마엔 구슬땀이 흐르는 다볕골 신사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만대에 길이 빛날 자랑스럽고 빛나는 그 이름 함양중학교, 천세 만세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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