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반 전, 함양살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함양이 자랑하는 상림 숲을 거닐었다. “사랑나무”로 불리는 “연리목”이 눈길을 끌었다. 안내판을 보니 “연리목 蓮理木”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을 연連’자를 써야 하는데, ‘연꽃 연蓮’자를 써 놓았다. 군청에 제보하였다. 다음에 가 보았더니 ‘연꽃 연蓮’자 중 위의 ‘풀 초’를 흰 페인트로 칠해 ‘이을 연連’자로 만들어 놓았다. 헐~~ 알뜰 재정 운용으로 봐줘야 하나? 일두 정여창 선생의 묘소를 찾다가 그 앞에 있는 승안사지 삼층석탑(昇安寺址 三層石塔)을 보았다. 고려 시대 석탑으로 대한민국의 보물 제294호로 지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안내판이 글씨를 읽을 수 없게 낡아 있었다. 제보하였다. 다음에 가보니 철판 재질의 문화재 안내판으로 깨끗하게 만들어 세워져 있었다. 인근의 일두 선생 묘소와 승안사지 석조여래좌상 안내판도 같은 재질로 만들어 놓았다. 제보를 받고 적극 행정을 펼친 공무원을 칭찬하고 싶다. 야간에 헤드 랜턴을 쓰고 남강에서 다슬기를 잡는 분들을 본다. 인명피해가 났던 지역이다. 볼 때마다 제보하여 조치하게 한다. 운전하다가 로드킬 당하거나 화물이 떨어져 있으면 반드시 제보한다. 사고 예방과 다음 사람들을 위한 배려이다. 농월정 판벽 내부에 ‘여석 餘石’이라는 작자가 유성펜으로 오른쪽 벽에는 한시를 적고, 가운데에는 한글로 그 시를 풀어 적어 놓고, 자신의 호까지 적어 놓았다. 작년 4월 30일 발견하고, 사진을 찍어 군청 홈페이지에 제보하고, 경찰에 의뢰하여 범인을 잡아 원상복구 조치토록 하라고 하며 재발방지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였었다. 적극 노력하겠다더니 지금도 그대로 있다. 전국에서 오는 관광객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줄 것인가! 창원에 살 때 용지문화공원에 있는 항일기념탑 안내판을 제보로 바꾼 일이 있다. 커다랗게 펼친 책 모양의 오석에 화강암 받침을 한 안내판이었다. 국사편찬위원장이 글의 내용을 적었는데, 한쪽 면에는 한글로 반대편에는 영어로 적혀 있었다. 그런데 항일운동에 대한 영어표현이 잘못되어 있었고, 스펠링도 틀린 것이 있어 창원시청과 경남도청에 제보하여 새로 제작하여 세워져 있다. 제보하며 창원에 있는 국립대학교 외국인 교수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문화재 안내판이나 관공서 안내판, 도로표지만, 상업용 간판을 제작할 때에 초안을 만들어 그 외국인 자문위원들에게 이메일이나 카톡으로 점검을 부탁한 후 제작하라는 대안까지 제시했었다. 공직자들이 하는 고유의 일들이 있고, 한계가 있다. 깨어 있는 시민들이 적극 제보하고, 그 결과를 점검하여 고쳐질 때까지 노력할 때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밝아지고, 좋아질 것이다. 제보한다고 다 바뀌지는 않지만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정중하게 제보하면 나의 경험상 대부분은 바뀌어 왔다. 적극 행정을 펼치는 분들에 의해 기대한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보기도 한다. 제보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