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칠선계곡 산행길에 들렀던 마천면 추성동과 두지동 풍경은 유월의 상큼한 계절답지 않게 휑하다 못해 을씨년스런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국립공원공단에서 진행하는 칠선계곡 예약탐방객 한 무리가 아침에 들어왔다가 빠져 나간 것을 빼고는 이렇다 할 등산객을 만나기 어려웠다. 대형 버스 주차장은 군내버스가 시간에 맞추어 들어오는 것 말고는 여느 지리산 등산로 입구와 달리 그 흔한 관광버스 한 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다. 군데군데 걸려있는 ‘칠선계곡 개방’을요구하는 빛바랜 현수막만 바람에 나부낄 뿐이었다. 칠선계곡 아래 추성동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국내 최고의 비경을 자랑하는 지리산 칠선계곡에 기대어 사는 추성동 사람들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때 묻지 않은 칠선계곡 때문에 30년 가까이 외롭게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환경·생태적 가치가 더해질수록 일단 빗장 거는 일부터 벌이는 환경정책 때문이다. 심각한 기후위기 시대 숲의 생태적 가치와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세상이다 보니 그렇다. 명칭과 형식만 달리 할 뿐 출입통제구역을 정해 놓고 규제하는 지극히 간단한 방법으로 공원을 관리하는 게 정석처럼 여겨지고 있다. 특별한 고민 없이 특별보호구역을 지정하는 것처럼 비쳐진다. 적어도 추성동 사람들에게는.   칠선계곡에 빗장을 건 일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1988년부터 사실상 통제해오다 1999년부터는 ‘자연휴식년제’란 이름으로 9년 동안 출입이 금지되면서 금단의 골짜기가 됐다. 설악산 천불동, 한라산 탐라계곡과 더불어 국내 3대 계곡으로 불리는 칠선계곡은 마지막 원시림으로 천혜의 산림자원과 숲이 잘 보전된 보기 드문 곳이라 나름 설득력 있는 조치로 평가받았다. 그것도 자연에 휴식을 주자는 취지였으니 토를 달 일이 아니었다. 추성동 사람들도 그렇게 받아들였다. 2008년 말 자연휴식년제가 끝나면 칠선계곡이 개방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천만의 말씀. 국립공원공단은 ‘특별보호구역’이라는 새 이름으로 20년 간 더 출입을 통제하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조치를 내리자 추성동 사람들은 발끈했다. 단식에 삭발까지 해가면서 반대를 했지만 대세는 거스를 수 없었다. 2027년까지 더 기다릴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개방이냐 보존이냐를 놓고 빚어진 논란은 첨예한 갈등으로 비화되면서 국립공원공단은 탐방예약제가이드를 도입해서 그나마 숨통을 트이게 했다. 올해는 5,6월과 9,10월 4개월 동안 금·토·일에 한해 회당 60명 이내로 제한해서 칠선계곡을 개방하고 있다. 주 한 차례는 지역주민 1명을 가이드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랄 수 있다.   그러나 국립공원공단이 올 3월부터 12월까지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 보존 및 관리방안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사실이 전해지자 2027년 개방을 기대했던 추성동 사람들은 다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반달곰 인형을 주면서 탐방 참여자를 대상으로 벌이는 설문조사가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는 불문가지다. 탐방 가이드제 운영 현황이나 주민 민원, 국내외 사례 분석, 탐방객 수요 등을 조사 분석해서 칠선계곡의 개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지만, 추성동 사람들은 통제를 계속하려는 공단의 기만으로 보고 있다. 어떤 결정이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완전 개방은 사실상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개방에 따른 생태훼손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립공원공단은 추성동 사람들이 현수막에 내건 “칠선계곡 30년 간 휴식년제해서 지리산이 살아났냐?”라는 물음에 답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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