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기사에서 이어 서술하겠다. 팔랑귀 제나라 왕의 실책 때문에 빈털터리가 된 맹상군은, 털레털레 자신의 영토인 설 땅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일전에 풍훤이 행한 차용증 불태우기의 효과로 설의 백성들은 맹상군을 환영했고, 그때서야 비로소 풍훤의 깊은 뜻을 안 맹상군이 감사를 표시하자, 풍훤은 자신의 능력을 아직 다 보여주지 않았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영리한 토끼는 세 곳에 굴을 팝니다. 그래야 죽음을 면할 수 있습니다. 지금 공께서는 겨우 굴이 한 곳 생긴 것이니 나머지 굴 두 곳을 더 준비해야 합니다”   여기서 나온 말이 바로 전 기사와 이번 기사의 헤드라인인 고토삼굴이라는 사자성어이다. 그리고 풍훤의 저 말대로, 그는 맹상군을 살릴 계책 두 가지를 더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이 참으로 절묘했다. 저 말을 한 직후 풍훤은 맹상군을 잠시 떠나 위나라 왕에게로 갔는데, 풍훤은 위왕을 만나 “위와 제가 자웅을 겨루어 웅이 되는 쪽이 곧 천하의 주인이 될 것”, 즉 위나라와 제나라가 싸워 이기는 쪽이 천하를 얻을 것이라는 뜻의 말을 전한다. 그러자 위왕이 “어떻게 하면 위나라가 웅(승리하는 쪽)이 될 수 있느냐” 물었는데, 풍훤은 기다렸다는 듯 “지금 제나라가 전문(맹상군의 이름)을 버렸으니 빨리 전문을 등용해서 써라. 제나라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이 제나라를 원망하고 있으니 제나라를 무너뜨릴 절호의 기회이다.”라며 왕을 유혹했고, 위왕은 그 말에 싱글벙글하며 사신에게 금을 잔뜩 실어 제나라로 보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단순히 맹상군을 위나라로 재취직시켜준 거라고 볼 수 있겠지만, 풍훤의 큰 그림은 이다음의 행적에서 드러난다.   풍훤은 제나라로 재빨리 돌아가 제나라 왕에게 “당신이 쫓아낸 맹상군이 위나라 왕에게 초빙을 받아 위나라로 가려고 하는 중이다. 그런데 그렇게 위나라로 간 맹상군이 진짜 위나라 재상이 되면, 수도고 나발이고 성들 싹 다 위나라한테 빼앗겨서 제나라가 망하고 말 것이다. 빨리 가서 맹상군을 붙잡고 다시 복직시켜라.”라고 사실상의 공갈협박을 자행했다. 제왕은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확인해보니 정말로 금을 실은 수레가 제나라에 들어오고 있었고, 이는 곧 풍훤의 말이 사실임을 증명해주는 것이었다. 머릿속에 자기 나라가 망하는 광경이 악몽처럼 스쳐 지나간 제왕은 기절초풍하여 파직 전 자리에 1천 호의 식읍까지 추가로 주면서 맹상군을 도로 불러들이게 되었다.   이때 풍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는데, 맹상군이 제나라로 돌아가려 하자 “공의 영지인 설 땅에 제나라의 종묘를 세워 달라고 하십시오. 종묘가 설 땅에 있는 한 공의 안전이 보장될 것입니다”라는 조언을 한다. 즉, 제나라 왕의 조상들을 모셔놓으면 그 땅을 공격하는 패륜의 짓을 하지 못 할 것이니 땅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어쨌든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나 했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매듭이 남아 있었다. 맹상군은 흩어졌던 식객들이 맹상군이 다시 잘 나가자 돌아오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풍훤에게 ‘내가 식객들을 얼마나 잘 대접해줬는데, 걔네는 내가 망했을 때 배신만 때렸습니다. 만약 그자들이 찾아온다면 얼굴에 침을 뱉어줄 작정입니다’라고 말하며 분노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하지만 풍훤은 그런 맹상군을 달래며 “시장이 아침엔 바글바글하다 저녁에는 썰렁한 이유가, 아침 시장을 좋아하고 저녁 시장을 싫어해서일까? 그저 저녁 시장에는 자기에게 필요한 물건이 이미 다 팔리고 없기 때문입니다. 돈이 많고 자리가 높으면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니까, 당신이 지위를 잃자 선비들이 전부 떠났다고 해서 일부러 식객들이 오는 것을 막을 필요까진 없습니다. 이전처럼 그들을 대우하시길 바랍니다”라는 명대사를 한다. 그러자 맹상군은 또 한 번 깨닫는 바가 커서, 다시 식객들을 환대하며 맞아들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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