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주도를 시작으로 연쇄적으로 양봉농가에서 꿀벌이 사라지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면서 ‘벌집 붕괴 현상’이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함양군 또한 관내 전체 양봉농가 중 반이 넘는 농가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으면서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벌집붕괴 현상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방제제에 내성이 생긴 응애를 피해의 주요 원인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관련 학계 등으로부터 분석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에 주간함양은 벌집붕괴현상 피해 현황 파악을 비롯해 관련 학계 전문가로부터 현상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과 조언을 들어본다. 또 이 현상과 관련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온 일본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와 양봉협회 관계자를 만나 사건 경과와 원인규명 방식, 대응과정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주>① 어느날 갑자기 꿀벌이 사라졌다② ‘벌집 붕괴 현상’에 대하여(1)③ ‘벌집 붕괴 현상’에 대하여(2)④ 꿀벌 실종 대응 모범 사례 일본을 찾다(1)⑤ 꿀벌 실종 대응 모범 사례 일본을 찾다(2)       꿀벌집단실종과 관련해 국내외에서는 앞 다투어 문제점을 다루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속 시원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바로아 응애가 전파하는 바이러스가 꿀벌실종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지만, 벌집군집붕괴현상은 특정 단일 결과로 보기 어렵다. 이에 선진적인 사례를 모방하고 후진적인 사례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국내와 조건이 비슷하나 벌집군집붕괴현상 피해가 비교적 적은 일본 양봉농가 현장을 방문해 어떤 대응 체계를 갖췄는지 파악했다.면역이 생긴 진드기 출연꿀벌이 집단으로 실종되는 현상이 발발한 지난해, 꾸준히 국내 양봉농가에서는 바로아 응애에 대한 피해사례가 잇따라 증가했다. 올해 함양군 서상면 정영록씨 양봉농가에서도 마찬가지, 응애가 전파하는 날개변형바이러스(DWV-Deformed Wing Virus)가 검출됐다. 응애의 문제점은 꿀벌들에게 변형날개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매개체라는 점이다. 응애에 기생 당한 꿀벌의 유충 및 번데기는 한번 흡즙 당하면 탈피 과정에서 날개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고 축소되어 죽음을 맞이한다. 이러한 응애 피해사례가 속출됨에 따라 지적되는 요인은 방제제에 대한 면역성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응애 방제제는 플루발리네이트(Fluvalinate)라는 피레스로이드 계통의 약제로 80% 이상 양봉농가들이 사용한다. 농가들은 대게 이 약제를 7월부터 관행적으로 벌통에 살포하는데 지난해는 이상기후로 응애 출몰 시기가 앞당겨져 약제 살포 기간이 늘었다. 이 과정에서 사멸해야 했던 응애가 약제에 대한 내성을 보이며 살아남아 꿀벌피해를 증가시켰다. 이처럼 국내 양봉농가는 해를 거듭하며 응해 피해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우리와 가까운 일본은 응애 피해가 적다. 기후조건, 농업방식 등이 유사한 일본과 국내 양봉업 차이는 응애 방제제에 있다. 매년 국내 지자체가 양봉농가에 보조하는 스트립제의 약제는 모두 동일한 성분 플루발리네이트.(일본은 여기서 amitraz(아미트라즈)의 성분을 추가적으로 양봉농가에 배포하고 있다.) 미에현 미즈타니 슌스케 양봉협회장은 “지속적으로 같은 성분의 약제가 살포되면 꿀벌응애 자체에서 ‘플루발리네이트’에 대한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최소한 2~3년에 한 번씩은 방제 성분을 바꿔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 지자체에서 보급하는 방제제는 조달청에 등록된 방제 약품을 사용하는데 현재 조달청에 등록된 방제제 품목 대부분이 플루발리네이트 성분의 약제들이다.   이와 더불어 일본 정부는 매년 2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양봉신약을 검증하는 양봉지원사업도 진행 중이다. 국가가 먼저 선진적으로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신약개발에 앞장서고 있어 지금까지 일본은 큰 꿀벌피해가 없었다. 미즈타니 슌스케 회장은 “일본 양봉업은 한국 규모의 10분의 1수준이다. 그렇기에 모든 양봉농가는 정부 관리 아래에 있어 피해가 발생했을 때 대응이 수월한 편이다. 또 꿀벌피해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전수조사가 실시돼 대책방안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이 겪고 있는 벌집군집붕괴현상은 절대 한국 양봉업계가 부족해서 발생한 일들은 아니다. 일본 또한 꿀벌피해가 해마다 크고, 작게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 뒤늦게 피해가 불거진 것이기에 앞으로 대응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대학교, 농가 협력 복합방제시스템 구축주목할 점으로 일본은 대학교 교수진과 양봉농가들이 협업하여 종합방제시스템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이는 꿀벌 생태계를 이용한 응애를 방제하는 방법으로 약제와 함께 병행하면 더욱 높은 효과를 보인다. 꿀벌집단은 크게 한 마리의 여왕벌과 다수의 일벌, 그리고 소수의 수벌로 5~9만 마리가 한 집단을 이룬다. 일벌의 경우 가을에 우화한 것은 다음해 봄까지 살며, 여름에 우화한 것은 50일 이내까지 생존한다. 꿀벌군집에서 수벌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으며 대부분 일벌(암벌)들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일본 교수진들과 양봉농가들은 지금껏 일벌과 여왕벌에 대한 응애 방제에 주목해왔다. 그러다 수벌이 꿀벌 사회에서 응애 확산율을 높이는 매개체라는 점을 파악했다. 일벌은 꿀을 채취하기 위해 야외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고 활동적이기에 응애가 몸에 흡착되면 몸부림치며 저항한다. 이에 반해 수벌은 꿀을 채취하는 활동이 없고 오로지 벌통에 잔류하며 새로운 여왕벌이 태어나지 않는 이상 특별한 행동은 거의 없다. 또 응애가 흡착되어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아 응애 입장에서 일벌보단 수벌이 더욱 기생하기 수월한 매개체로 판단한다. 이에 일본 학계와 양봉농가들은 벌통에서 수벌을 제거 및 통제하기 시작했다. 벌통에 수벌 구역을 제거하는 한편, 수벌 개체수를 조절하며 방제제를 살포하여 방제 효율을 높였다. 슌스케 회장은 “현재 한국에서 대규모 벌집군집붕괴현상이 꼭 응애로 인해 일어난 사건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로아 응애는 꿀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는 하나의 중요한 원인인 만큼 적절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 일본 또한 한국이 겪은 응애 피해를 겪으며 수많은 연구 끝에 다양한 방법을 찾았다. 한국도 마찬가지 문제점을 잘 파악해서 한국 양봉이 부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립경상대학교 식물의학교 박정준 교수는 “꿀벌 집단에서 수벌은 하는 일이 거의 없고 새로운 여왕이 탄생하면 허니문을 떠나 메이팅 후 수정란을 만들고 죽는다. 그 전까지 계속 둥지에 잔류하며 먹이를 먹고 성장한다”며 “바로아 응애 입장에서 영양상태가 좋은 성체 수벌이 좋은 기생 대상이다”고 설명했다. 종합적으로, 이번 벌집군집붕괴현상은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에 따른 특정 원인으로 단정 짓기 어렵다. 그러나 꿀벌실종 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해 하나씩 과정을 보완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필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연재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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