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 꽃나무를 가꾸다보면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우와~ 하고 두근거리게 만드는 놀라운 것이 있습니다. 심을 때는 큰 기대를 가지고 심지만 자라는 건 내 맘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기대 이상으로 멋진 꽃이 피면 대견해서 칭찬이라도 해주고 싶습니다. “나는 너를 오늘의 장미로 선정 하겠어~”하고 한마디 해주고 싶은 것입니다. 오월 중순인데 35도를 오르내리는 이상 고온에 정원의 화초들이 서둘러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날씨라면 며칠 또는 몇 주 간격으로 일찍 꽃을 피우는 것이 있고 늦게 피는 것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정원에는 장미 꽃 잔치가 봄여름 가을 내내 이어지는데 갑자기 올라간 기온에 꽃들이 크게 당황한 듯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트립니다. 농부의 정원에는 장미가 50~60품종 있는데 비를 맞으면서도 우아하게 꽃을 피워준 에덴로즈85를 오늘의 장미로 선정하였습니다.에덴로즈85는 지난봄에 심은 프랑스 덩굴장미입니다. 1985년에 소개되었다고 85가 붙었는데 장미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명품장미입니다. 핸드백으로 치면 샤넬 정도 되고 음악으로는 말러의 4번 교향곡 정도 됩니다. 높이가 1미터20센티 되는 펜스에 기대어 심었는데 지금 무릎 높이로 자라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계속 자라서 펜스를 다 덮으면 펜스 위로 아치를 세워줄 예정입니다. 장미는 오월 하순에서 유월 상순이 절정입니다. 봄인가 싶더니 어느 듯 오월 하순으로 접어들어 지금까지 핀 장미 중 가르텐슈파스를 오월의 장미로 나는 주저 없이 선정합니다. 가르텐슈파스는 정원의 즐거움이라는 뜻의 독일 관목장미인데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끝없이 꽃을 피우는 에너지 넘치는 장미입니다. 사계장미라고 해도 2차 3차 개화가 보통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필 때는 색깔도 여려지고 꽃의 크기나 숫자 변화가 눈에 띄는데 가르텐슈파스는 4차 5차 6차까지 이어지며 첫 개화처럼 멋지게 핍니다. 장미는 대부분 비를 맞으면 후드득 꽃잎을 떨구거나 고개를 크게 수그리고 마는데 이 아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꼿꼿하게 얼굴을 치켜들고 변함없는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연금술을 배웠는지 기분에 따라 황금색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병충해에도 강해서 별도로 방제를 하지 않아도 건강한 꽃을 보여줍니다. 올해의 장미로는 축대 바위틈에서 매직처럼 솟아 올라와 스스로 장미 석부작을 만들고 있는 라리사로 선정합니다. 라리사는 재작년 마당 축대 공사를 할 때 사라졌는데 작년에 바위틈에서 거짓말처럼 솟아 나오더니 축대의 한 부분을 덮어버릴 정도로 멋지게 자랐습니다. 굴삭기 작업을 할 때 챙기지 못하고 많이 아쉬워했는데 고맙게도 살아 돌아온 것입니다. 그것도 일부러 심을 수도 없는 축대의 가장 이상적인 높이에서 말입니다. 정원은 일단 만들어놓으면 정원사의 의지와 무관하게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들려준다고 합니다. 나는 매일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오늘의, 오월의, 올해의 장미가 들려주는 멋지고 즐겁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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