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은 ‘학생들에게 실제로 보고 느끼는 현장학습 및 단체생활의 학습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교사의 인솔 아래 학교에서 행하는 숙박여행’이라고 뜻매김 됩니다. 함양중학교는 올해 교육 계획에 따라 포항과 경주로 2박 3일 수학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학생들의 안전과 교육적 효과를 얻기 위해서 오래전부터 계획과 준비를 철저히 했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문화유산 답사의 저자 유홍준 교수의 말을 금과옥조로 여겼고, 이 전에 읽었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경주, 신라 고도 1천 년의 유산’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이리하여 수학여행 중 지켜야 할 약속 글을 시작으로 2박 3일간 포스텍과 서라벌의 여정과 감흥을 기록하였고, ‘함양중학 수학여행기, 포스텍과 천 년 옛 도읍 서라벌을 걷다’라고 제목을 붙였습니다.   “함양중학 2학년 학생 여러분! 우리는 학교 교실을 잠시 떠나 대한민국 최고의 공과대학 포항공대 캠퍼스 투어와 천년 고도 경주문화 체험학습을 합니다. 공대 캠퍼스 투어는 앞으로 어떤 보람된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이며, 경주지역 탐방은 조상의 얼과 슬기를 배우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교실에서 직접 보지 못한 것들을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포스텍 선배들은 무슨 공부를 하고 있는지? 신라의 문화와 문명은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껴서 깨우치길 바랍니다. 학교 밖 단체생활에서는 질서와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일은 다볕골 선비가 가져야 할 기본입니다. 경주월드에서는 안전에 유의하여 즐거운 시간 갖길 바랍니다. 함께 걸으면서 그동안 잘 몰랐던 친구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도 가지길 바랍니다. 친분이 두터웠던 친구는 물론이거니와 평범하게 지냈던 친구와도 대화를 나누면서 장점을 찾으려고 애쓰길 바랍니다. 여정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갈 때는 우정과 추억이 한가득 담긴 이야기보따리를 하나씩 들고 가도록 합시다” 저의 학창시절을 되짚어 보면, 초등학교 때는 수학여행이 없었습니다. 여기에다 졸업앨범도 개개인 인물사진은 없고 몇 명씩 모둠으로 찍은 사진을 엮은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얼굴이 작게 나와서 본인이 아니면 알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으니 아름다운 추억담이 없고, 볼품없는 졸업앨범만 남았습니다.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는데 뭔가 알맹이가 빠진 것 같아 아쉬운 마음뿐입니다. 1976년 중2 때 서울로 수학여행을 갔었습니다. 삼일빌딩을 올려다보고는 머리가 빙빙 도는 것 같은 어지러움을 느꼈지만, 남산타워에서 내려다본 서울 야경은 멋지고 황홀했습니다. 땅속을 달리는 지하철은 은하철도 999를 타는 만큼이나 신비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창경궁의 슬픈 역사를 듣지도 배우지도 못한 채 창경원으로 격하된 동·식물원의 원숭이와 열대식물을 관람하는 데에 정신을 팔았습니다. 경복궁 안 대한민국 정부 청사로 쓰였던 조선총독부 건물을 보면서도 나라 잃은 시대의 비애를 느끼지 못했던 철부지였습니다. 이리하여 규모의 웅장함과 외관의 화려함에 기죽고 만 시골 촌뜨기의 서울 나들이는 추억장 한 편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각설, 경주박물관에 있는 보물 1411호 임신서기석(壬申誓記石)은 높이 30㎝, 너비 12㎝로 관람객이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그냥 지나치는 하찮은 돌조각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소설가 최인호는 그 돌 앞에서 한나절이나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작은 돌에는 7세기 한반도의 끝 서라벌에 살았던 두 청년의 웅대한 꿈, 사랑, 의지 그리고 나약한 한 인간으로서의 아픔들이 오롯이 담겨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함양중학 2학년 건아들 저마다가 기록한 수학여행 후기는 소중한 추억장으로 간직하길 바랍니다. 추억장은 먼 훗날 여러분들에게 가장 든든하고 넉넉한 자산이 되어 피곤한 영혼이 찾아가는 마음의 안식처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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