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서 오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해마다 정원에 장미가 피기 시작하는 이맘때면 날아서 오는 귀한 손님들이 있습니다. 올해는 검은등뻐꾸기가 제일 먼저 왔네요. 기분이 잔뜩 좋아진 어린 아이가 노래하는 듯한 흥겨운 리듬의 검은등뻐꾸기 소리를 들으면 보고 싶은 옛 친구라도 만난 것처럼 반갑습니다. 검은등뻐꾸기가 홀딱벗고 홀딱벗고 하며 운다고 홀딱벗고새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 아무리 어느 시인의 귀에 그렇게 들렸다지만 억지춘향이 따로 없습니다. 그저께는 뻐꾹뻐꾹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렸고 멋쟁이 파랑새도 창밖으로 보입니다. 파랑새는 멀리서 얼핏 보면 검은 정장을 입은 멋쟁이 같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거리에서는 채도가 상당히 높은 군청색입니다. 검정 정장이라도 입은 것처럼 보이는 건 명도가 매우 낮은 군청색이라 그럴 겁니다. 작년에는 파랑새가 곶감 덕장 안으로 두 번이나 들어와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놀랍게도 검정이나 군청색 단색이 아니었습니다. 부리는 오렌지, 목덜미는 네이비블루, 가슴은 군청, 등은 목덜미와 가슴 털을 섞어 놓은 듯한 매력적인 블루였습니다. 발톱에 검은 매니큐어를 어찌나 멋지게 발랐는지 한참 쳐다보았답니다. 이렇게 색을 잘 사용할 줄 아는 새는 흔치 않지요. 참 검은등뻐꾸기가 올해 첫 손님이 아니었습니다. 매년 곶감 덕장 박공 틈에 둥지를 트는 찌르레기가 뻐꾸기보다 열흘 쯤 먼저 왔네요.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니 소쩍새 소리도 들은 지 며칠 되었습니다. 소쩍새 울음소리가 들리면 어쩐지 어린 시절 풍경이 떠오릅니다. 찌르레기는 집을 짓느라 부지런히 둥지를 들락거리고 있었는데 아마도 둥지 마련은 다 한 것 같고 어쩌면 벌써 알을 놓고 포란을 시작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끼가 한참 성장하는 여름에는 마당으로 시커먼 똥을 폭탄처럼 떨어뜨리기 때문에 올해는 둥지를 틀지 못하게 막아야겠다고 지난여름 굳게 결심했는데 마음이 모질지 못해 올해까지만 허락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어림없습니다. 올해까지 만입니다. 정말입니다. 내년에는 어림없습니다. 꾀꼬리 울음소리도 이제 매일 들립니다. 정원 일을 하다가 꾀꼬리가 울면 잠시 일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꾀꼬리는 세상에서 목소리가 가장 아름다운 소프라노고 뻐꾸기는 지구에서 목소리가 가장 정겨운 알토입니다. 뻐꾸기와 꾀꼬리가 이중창으로 노래를 하는 이맘때가 연중 가장 화려한 봄날입니다. 사실 이렇게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날은 일 년에 며칠 되지 않습니다. 이런 황금보다 귀한 날에는 가급적 일을 하지 말고 여행이나 가벼운 나들이라도 가고 싶어집니다. 이런 날은 즐겁게 노는 게 혁신입니다. 억지춘향이 따로 없다구요? 날아서 오는 귀한 손님들이 올해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찾아와 반갑고 설렙니다. 정원에 피는 꽃나무도 어쩌면 매년 찾아오는 손님입니다. 뿌리 내린 그 자리에서 매년 짜짠~하며 매직처럼 꽃을 피우고 인사를 합니다. 작년에는 꽃바람이 불어 장미를 서른 주나 새로 심었더니 아침 마당에 나서면 인사 받고 인사하기 바쁩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