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 국어 시험이 끝나고 학원을 다녀와 마지막 시험 과목인 수학을 남겨둔 채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바로 옷을 갈아입고 누워서 휴대폰부터 보았는데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다. 작년에 주간함양에서 토론 수업을 해주신 강사님이셨다. 나는 갑자기 왜 전화를 하셨는가 싶어서 문자를 보낸 뒤 통화를 했다. 강사님께서는 이번 어린이날에 부스 하는데 자원봉사 해 볼 생각 없냐는 얘기를 하셨다. 그 제안을 말하시자마자 나는 며칠 전의 대화가 생각났다. 고사 기간 첫날, 시험을 다 치르고 친구와 집을 걸어가던 때였다. 친구는 갑자기 시험 끝나면 뭘 먹으러 갈까? 라고 물었다. 나는 시험이 끝난 뒤의 5월 달을 생각했다. 5월에는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처님 오신 날... 갑작스레 옛 추억이 돋아났다. 초딩 때 이맘때쯤 쿠폰을 줘서 어린이날 솜사탕이나 아이스크림이랑 바꿔먹고 얼굴에 그림도 그리고 사탕목걸이도 만들고... 그렇게 회상을 하는데 나의 그 추억에 같이 있던 사람들이 보였다.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 자원봉사 했던 그분들을 되게 동경했었는데 내가 이제 어린이날을 만끽하는 나이가 지나 그런 역할을 할 수도 있는 나이가 되버린 게 새삼 놀라웠다. 그래서 친구의 대답은 무시한 채 어린이날 봉사하는 거 신청 나오면 할거야? 라고 물었고 친구는 그거 해 보고 싶었는데 라며 자신의 추억을 얘기하였다. 집에 다다르자 친구와 나는 꼭 같이 신청하기로 약속을 맺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 또 시험을 치고 나서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던 찰나에 강사님께서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주셔서 감사했다. 나는 페이스 페인팅을 맡게 되었고 친구와 맺은 약속이 있기 때문에 친구도 같이 넣어 달라 했다. 사실 전날밤 너무 설레서 새벽 쯤에 잠이 들었다. 다음날 지각할 뻔 했지만 차를 타고 8시20분 제 시간에 맞춰 친구와 도착했다. 처음 도착했을 때 약간 뻘쭘하게 서 있었지만 금방 페이스 페인팅 부스를 발견해서 일단 자리에 앉아 내 손목에 예시 그림을 그려 넣었다. 9시 쯤이 돼서야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긴장이 되었지만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갔다. 그러던 중, 첫 번째 어린이가 왔는데 나는 내 팔에 그린 것들 중에 어떤 것을 하고 싶냐고 물었고 아마 체리인가 무지개를 얼굴에 그려달라 하였던 것 같다. 어린이의 얼굴에 손을 대고 그리는데 너무나도 부드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약간 경직되어 있는 표정이 귀여웠다. 그 뒤로 계속해서 사람들이 많이 와 잇달아 그려 나갔다. 페이스 페인팅을 할 때 물감 붓 같은 것이 아닌 물을 묻히면 피부에 그려지는 색연필 같은 것이어서 약간씩 번지기도 하고 점점 심이 뭉툭해져 그림이 이상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왠지 미안해서 다시 그려 준 적도 많고, 반짝이를 붙여 커버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또 고양이 수염을 그려 달라는 사람이 많았는데 내가 오른손잡이여서 왼손으로 왼쪽 볼에 수염을 그릴 때 약간 짝짝이로 그려진 것도 많이 아쉬웠다. 12시가 되자 부스를 정리했다. 계속 숙인 채로 집중해서 그리다 보니 허리랑 목이 너무 뻐근했지만 마무리를 완전히 하고 나니 뭔가 후련한 느낌이 들었고 내가 그려주었던 어린이들이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너무 뿌듯했다. 바로 사진 찍고 마무리하고 남은 간식들을 잔뜩 챙기고 집에 가려는데, 이제는 어린이날의 추억이 갱신되었으니 앞으로는 오늘의 경험을 추억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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