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복잡계는 무질서해보이는 상황으로부터 매우 정교한 질서를 갖춘 구조가 창발(떠오름)하는 놀라운 특성을 갖는다. 그런데 구성요소들 간의 비선형적 상호작용뿐 아니라 외부 환경으로부터 끊임없는 물질 및 에너지의 유입으로 인해 언제 어느 정도의 질서도를 갖춘 구조가 창발하게 될 지는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아주 작은 시스템 내의 교란이 양의 되먹임 과정을 거치며 어느 시점에 전체적 질서 체계로 증폭되는 ‘나비효과’가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2002 월드컵 때 ‘붉은 악마’가 순식간에 전국적 규모로 퍼져 전국을 붉게 물들였던 것이나, 대통령을 탄핵시켰던 촛불 혁명이 모두 나비효과에 의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복잡계에서는 질서의 창발과 반대로 거대한 파국이 일어나기도 한다. 위에서 계속 모래를 뿌려주면 어느 순간 모래성은 무너져 내린다. 눈사태나 지진의 발생, 나아가 주가의 폭락, 생명의 멸종, 전쟁의 발생 역시 미시적인 원인들은 서로 다르지만 복잡계에서의 파국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현상이다. 이와 같이 어느 시점에 시스템 전체에 걸친 거대한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를 ‘임계현상’이라 한다. 즉 어느 임계점을 경계로 해서 그 점을 넘어서는 순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시스템이 안정적인 경우에는 임계점과 매우 멀리 떨어진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변화가 일어나면서 전체가 임계점에 점점 접근하게 되면 구성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이 더 긴밀해지면서 시스템 전체의 긴장도가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어느 작은 교란이라도 시스템 전체에 순식간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결국 임계점을 돌파하고 기존의 질서 체계가 붕괴하게 되는 것이다. 기후 시스템 역시 계속적으로 태양에너지를 공급받으며 수없이 많은 요소들이 비선형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거대한 복잡계에 속한다. 기후위기와 관련해서 평균기온 1.5도 상승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 부르는데 이 역시 같은 개념이다. 산업화 이후보다 1.5도 이상 오르게 된다면 이는 임계점을 넘어서게 되는 것으로 지구의 생태계는 더 이상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올 수 없게 된다는 의미이다. 결국 지금과는 다른 지구 전체 규모의 엄청난 파국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그 시간이 매우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이처럼 매우 다양한 경우에서 발생하는 질서의 창발이나 파국들이 갖는 보편적인 특성, 즉 공통적인 법칙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역사적으로 일어난 멸종 사건들을 살펴보자. 작은 규모의 멸종은 그 빈도수 역시 큰 반면 멸종 규모가 커질수록 빈도수는 감소한다. 그러나 매우 큰 규모의 멸종 역시 일어났다. 이것은 학생들의 시험성적 분포나 인간의 키 분포와는 전혀 다르다. 시험성적이나 키 분포는 평균값을 중심으로 일정 범위 안에 있게 되는 반면 복잡계의 경우는 매우 작은 값에서부터 엄청나게 큰 값에 이르기까지 빈도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를 사람 키에 비유해 표현하자면 매우 작은 키의 사람들이 대다수이지만 2m, 5m, 10m, 30m 등의 키를 가진 사람도 존재하는 것과 다름없다. 기업의 연봉 분포도 위와 비슷한 경우에 속한다.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수천 만 원의 낮은 연봉을 받지만 1억, 5억, 10억, 50억의 연봉을 받는 사람도 있다. 물론 연봉이 증가할수록 그 숫자는 줄어들지만 말이다. 결국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기업은 복잡계 구조를 가지며 연봉의 분포는 그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80:20 법칙으로 알려진 ‘파레토(Pareto)의 법칙’이다. 20%의 인간이 80%의 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요즘은 더 극단적이어서 1%의 인간이 99%의 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무튼 우리가 살아가는 복잡계의 세계는 소수가 많은 것을 독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질서는 결국 임계점에 다가가며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자본주의가 바로 그러한 경우다. 우리는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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