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보육원에 근무한지 30년차가 되었다. 한 개인의 인류애와 희생봉사의 성격으로 시작된 보육원의 역사가 80년에 혹은 그 이상의 세월이 되었고 그 동안 나라의 사회, 경제적 상황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아직도 아이들의 보호체계에 대한 제대로 된 체계가 수립되지 않은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그 동안 수많은 아이들이 필자의 곁을 스쳐 지나갔고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시간의 흐름만큼 아이들에게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함에 대한 죄책감의 무게가 더해지는 것이 보육원원장으로서의 필연적인 삶인지도 모르겠다.또한 아직도 보육원에 산다는 이유로 비뚤어진 시각으로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마음도 쓰리다. 어쩌면 이것이 오래 묵은 자만의 자격지심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만 몇 년 되지 않은 짧은 경력의 우리 직원들마저도 동병상련을 느낀다면 사회의 현상에 기인한 것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우리보육원은 필자가 경험해 본 지난 시간 중에 어느 때보다도 혼돈의 시기이다. 지금까지 특정학교에만 입학하던 전례를 깨고 관내의 여러 학교에 입학을 시킨 것부터가 혼돈의 시작이었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과 기존의 아이들까지 학교생활 부적응으로 아이들과 선생님들 간의 전쟁 또 그로 인한 어른들 간의 갈등은 아동의 성장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따르는 것이리라 생각하며 원활한 소통을 주문하지만 사람인지라 그 역시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 다양한 갈등 중에서도 어른들 간의 갈등이 더 안타까운 부분은 이 어른들이 모두 아이들과 관계된 일에 종사함에도 서로에 대한 존중과 소통의 빈약함으로 인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아동의 성장과 관련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학대 등으로 정상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 아동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아동들과 대비해서 뇌의 구조에서부터 대인관계 등 사회성의 결여, 부적응, 학습능력의 저하, 신체발육의 부진 등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이는 성장과정에서 빈번하게 혹은 불특정시기에 불쑥 나타나게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행태들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보육원에서 자라는 대부분의 아동들은 위의 경우에 해당이 된다고 할 수도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지금 이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행동양태가 아니라 제대로 된 보호와 치료의 과정을 거치지 못했을 때 이 아이들의 성장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가 하는 것이다. 이 아이들이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면 이 문제는 60년이 지나도 개선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아이들이 배운 대로 그들의 자녀가 학습을 할 것이고 주변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들의 행동은 되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이들이 보육원에 맡겨지기만 하면 치유가 되고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마는 이런저런 이유로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어른도 혼자만의 삶은 만만치가 않을 텐데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부모로부터 떨어져서 혼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울까를 생각하면 이 아이들을 건전하게 양육하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아니라 온 나라가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온전히 보육원직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언어도단이자 사회적 폭력이다. 오월 가정의 달을 보내면서 내 가족, 내 아이도 소중하지만 한번이라도 주변의 아이들을 돌아보는 성숙한 어른의 인식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보육원에서 사는 것이 아이들의 책임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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