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을 만나면서 살아갑니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좋은 인연으로 좋은 사람을 만나면서 살아가는 사람, 그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가 운이 좋았든지 아니면 복이 있었든지 학창 시절 훌륭한 선생님을 많이 만났습니다. 훌륭한 여러 선생님 중에서도 전공 교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교수학습지도 능력은 기본이고, 유머와 위트에 인자한 성품을 갖춘 진선생님을 만난 것은 분명 큰 행운이었습니다. 천방지축 함양중학교 2학년 시절(1976년 3월), 수학 교과 담당 진영업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별명은 찐빵이었는데 선생님의 성씨 진과 생긴 모습을 더해서 학생들은 찐빵 선생님이라고 불렀습니다. 찐빵 선생님이라고 하면 학생이나 학부모나 교직원이나 진선생님 별호라는 것을 함양 바닥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함양군 수동면 서평에서 태어나 함양중학·함양농고·진주교육대를 졸업하고 초등에서 잠시 근무하다가 중등으로 자격을 옮겨서 수학 교과를 가르쳤습니다. 저가 열다섯 살 중2였고, 선생님이 서른다섯 즈음, 가장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시기에 은혜를 입은 것입니다. 수학 교과목은 기초와 단계학습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기초공부를 소홀히 하고 게으름이나 요령 피는 학생에게는 영락없이 싸리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시시때때로 ‘눈을 들어 앞을 보라. 늠름한 두류산 천왕봉 영봉의 기상을 느껴라. 뒤를 보라. 흰바우산 큰 바위 얼굴이 여러분들을 보우하고 있다. 두류산 천왕봉과 백암산 큰 바위 정기를 타고난 함양중학 건아들이여, 열심히 공부하고 체력을 길러라. 그리하면 장차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훌륭한 동량지재가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며 당시 우리를 채찍질하고 격려했습니다.   영원한 함양사람 진선생님과 저는 함양을 사랑하는 교육동지가 되어 1988년 3월부터 91년 2월까지 함양중학휴천분교장에서 3년을 함께 근무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선생님 회초리 덕분에 저가 지금 선생 노릇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이 사람 그리 말해 주니 고맙네. 자네가 잘해서 그렇지 뭐. 내가 해준 거 뭐 있다고. 이왕 선생하는 거 열심히 해라. 최군은 함양사람이다. 여기 문정 아들 불쌍타 아이가. 눈뜨게 해서 길이라도 열어줘야제.”라며 저를 격려하고 채찍질했습니다. 진선생님이 1999년 9월부터 2003년 2월까지 함양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면서 초석을 닦은 교정 조경사업은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소나무는 뿌리를 튼튼히 내려 사시사철 청년기상 푸르름을 뽐내며, 자연석으로 만든 비룡 향학로와 운동장 스탠드는 연산홍 붉은 꽃과 어우러져 함양중학교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눈과 계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선각자 진영업 스승님이 보여주셨습니다.   함양에서 태어나 함양의 혜택을 받고 교사가 된 사람은 함양의 인재를 키워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시며 함양 사랑 방법을 선생님은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교사가 가져야 할 기본자세와 마음가짐은 진선생님으로부터 다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교학상장(敎學相長), 사제동행(師弟同行), 선공후사(先公後私), 공평무사(公平無私), 솔선수범(率先垂範) 등 한마디로 공직자의 표상과 같은 분이셨습니다. 유머와 인정도 많아서 선생님과 언제 어느 자리에라도 함께 있으면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귀에 걸립니다. 지금은 있을 수도 없고 상상조차 힘든 일이지만, 선생님이 한창때는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주일에 57시간 넘게 수업했으며, 평일은 학생들을 두고 선뜻 연가를 낼 수 없다면서 지인들의 애경사에도 참석하지 못했답니다. 한번은 옻이 들어간 음식을 드시고는 온몸에 두드러기가 올라 여러 날을 고생했습니다. 그러나 병가 하루 사용하지 않고 출근하여 학생들을 지도하며 버틴 일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사모님이 아침밥 하러 부엌에 들어갔다가 뱀에게 물렸는데 병원 앞에 모셔다 놓기만 하고는 지각하지 않으려고 학교로 급히 돌아온 일 등 진선생님의 에피소드는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습니다. 사십여 성상을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하여 학생 교육에 골몰하셨던 선생님은 타고난 건강 체질이라 결근할 이유가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했지만, 학생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학생의 본분은 첫째가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다. 선생은 열심히 연구하여 학생들 잘 가르치라고 나라에서 봉급 주는 것이다. 선생은 학생이 있는 곳이면 언제 어디라도 함께여야 한다. 학생은 학생답게 행동해야 하고 선생은 선생답게 행동해야 한다. 함양의 인재를 함양사람이 잘 키워야 한다. 이것이 고향 함양을 사랑하는 길이다’라고 하시며 정년퇴직하는 그날까지 교육자의 바른 자세와 함양 사랑을 온몸으로 보여준 분이 진영업 스승님이십니다.   스승의 날 아침에 “수레의 두 바퀴를 부모라 치면 이끌어 주시는 분 우리 선생님 그 수고 무엇으로 덜어 드리랴 그 은혜 두고두고 어찌 잊으랴 스승의 가르침은 마음의 등대” 스승의 은혜 노래(윤석중 작사, 김대현 작곡)를 천방지축 사춘기 시절의 함양중학교 진영업 은사님께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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