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첫째주, 방방곡곡 진솔한 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체험 함양 삶의 현장`을 연재한다. <주간함양> 곽영군 기자가 함양의 치열한 노동 현장 속으로 들어가 체험하면서 직업에 대한 정보와 함께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흥미롭게 전하는 연재 코너이다. 관련 영상은 유튜브 `함양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편집자 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함양읍내 도로를 묵묵히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함양군재향군인회 소속 주차관리원들이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시가지 인근 유료주차장을 누비며 주차고객을 대상으로 효율적인 주차장 이용방법을 돕는 그들은 이제 함양읍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 이번 체험함양삶의현장은 읍내 유료주차장을 관리하는 주차관리원이다. 봄이 왔건만 함양의 아침 공기는 제법 쌀쌀하다. 낮과 밤 일교차는 10도 이상. 직장인들 출근복장 고민거리가 늘었다.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오늘 체험 장소인 함양읍 만물상회 앞 유료주차장 부스를 찾았다. 그곳에는 함양군재향군인회 이준우 국장과 체험을 소개할 주차관리 팀장 김윤식씨가 있었다. 갑작스러운 체험 요청에도 흔쾌히 승낙한 그들과 함께 오늘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주차관리원 체험에 앞서 관리원 트레이드마크 노란색 조끼와 모자를 둘렀다. 알록달록한 복장은 확실히 주변 시선을 집중시킨다. 흐린 날씨와 밤이 긴 겨울에는 작은 불빛에도 쉽게 노출되어 관리원들에겐 필수 복장이다.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복장을 착용하니 제법 관리원 모습이 비춰져 흡족했다. 이어 김 팀장은 설명과 함께 행동으로 관리원 업무 이해를 도왔다. 첫 차량이 비상등을 켜고 주치를 시도한다. 잠깐 기다린 후 주차가 마무리되니 김 팀장은 전용 휴대폰을 들고 영수증을 발부했다. 휴대폰 카메라를 번호판 위치에 올리니 자연스럽게 찍힌 번호가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연동됐다. 김 팀장은 촬영된 번호와 차량 번호를 몇 차례 확인하고 차량종류를 나눴다. 경차, 중형차, 대형차 등이 구분되며 종류마다 가격이 다르다. 또 10분미만 주저차량에게는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간단한 일처럼 보이지만 번호판, 차량종류 기입 착오가 있는지 두 번, 세 번 확인했다. 정보입력에 따라 주차요금 차이가 있어 간혹 실랑이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주차요금 영수증 발부 후 이내 전방 10미터 반대 차로에서 다른 차량이 주차를 시도했다. 오늘 체험지로 선택된 주차장은 4차로 양방향 2차선으로 주위를 살피며 통행해야 한다. 읍내라는 점과 차량 밀집지역이라는 점에서 과속하는 차량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항상 안전이 먼저다. 참고로 본인은 의경 출신으로 이러한 근무 환경에 매우 익숙한 편이다. 불규칙한 주차고객 방문은 순간순간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들어온 차량 영수증 발부 중 금세 다른 주차고객이 계산을 요구하는가 하면 또 다른 고객은 말도 없이 자리를 떠난다. 한 차량이 요금을 납부하지 않고 떠났다. 급히 뛰어가 요금 정산을 받으려 했으나 김 팀장이 나를 붙잡았다. “도로에서 뛰어가면 다치기 십상이다. 요금을 받지 못한 차량은 미수금 처리되어 차후 요금 정산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미리 말씀해주셨으면 좋았으련만 나만 급했다. 읍내 주차관리원은 총 13명으로 모두 일주일에 한 번씩 근무지가 바뀐다. 아무리 비슷한 업무라도 인구밀집 지역 및 차량통행이 많은 곳은 근무 강도가 높다. 특히 함양전통시장 장날에는 통행이 복잡하다. 이에 김 팀장은 “특정 구역이 유난히 힘들거나 근무 강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교체가 되니 다들 불만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김 팀장을 뒤로하고 낙원사거리 앞 근무자에게 향했다. 그도 김 팀장과 마찬가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올해로 4년차 베테랑 주차관리원인 그는 주차관리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주차관리도 결국 서비스라 말하는 그는 친절함을 가장 중요시했다. “영수증을 끊을 때 고객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면 고객도 기분 좋고 나도 기분이 좋다”며 “내가 먼저 운전자들에게 친절하게 다가가면 운전자도 나에게 친절하게 다가온다. 옛말에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다. 딱 그렇다”고 설명했다. 주차요금은 계좌이체와 현금을 받는다. 최근에는 인터넷뱅킹이 상용화되어 이체가 많지만 그래도 아직은 현금이다. 그중 동전이 가장 많은데 이는 주차비가 오백 원 단위로 발생하고 장애인, 국가유공자, 친환경 차량 등은 할인까지 받으면 더욱이 동전이 많다. 일반화시키긴 어렵지만 이중 훼손된 동전을 주치비로 건네는 이들이 종종 있다. 변색되어 되거나 이물질이 묻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동전도 있다. 이에 낙원사거리 근무자는 “고객들 중 주차요금이 제일 아깝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래서 오염되고 상태가 좋지 못한 동전으로 요금결제를 한다. 물론 같은 돈이긴 하지만 막상 훼손된 동전을 받으면 마음이 썩 좋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차관리원은 고용불안과 함께 경쟁하듯 근무하는 환경이 개선되길 바랐다. 그는 “주차관리원들은 3개월에 한 번씩 근로계약을 갱신한다. 그렇기에 다음 계약 연장을 위해 근무자들은 경쟁하듯 점심시간 반납하고 김밥과 빵으로 때우며 일하는 경우가 있다”며 “물론 정해진 식사시간은 있으나 점심시간이라고 해서 주차차량이 안 오는 것이 아니니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초보운전자에게 평행주차는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다. 특히 차량통행이 많은 구간에는 빠른 시간에 주차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주변 차량들의 원성 섞인 클락션 소리가 사방에서 들린다. 이러한 부분도 주차관리원들이 앞뒤 간격을 봐주며 주차를 돕는다. 또 구간 별 차량 정체지점에는 수신호와 함께 원활한 차량 통행을 유도하며 불법주정차를 계도 역할도 한다. 향후 5년간 주차관리 직업인 주차관리원 및 안내원의 고용은 현 상태를 유지할 전망이다. 주차장에서 주차하는 차들을 유도하고 그 밖에도 차량 통행을 원활하게 만드는 그들은 이제 함양읍내에선 없어선 안 될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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