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이란 한 여성이 가임 기간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의 수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난해 세계 227개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는 홍콩이지만 2020년 보안법이 시행되면서 정치적 이유로 홍콩을 탈출하는 젊은이들이 부쩍 많아진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야말로 2013년부터 꼴찌를 하고 있는 초(超) 저출산 국가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 0.78은 OECD 38개 회원국 평균인 1.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37위인 이탈리아도 1.2가 넘는 것을 보면 낮아도 그냥 낮은 것이 아니다.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년간 수많은 정책과 예산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는 출생아 수 25만 명으로 20년 전 50만 명의 반 토막이 되었는데 문제는 혼인 수가 계속 감소하고 만혼이 당연시되면서 처음 엄마가 되는 평균나이가 OECD 평균보다 4살이나 많은 33세가 넘는다고 하니 정말 예삿일이 아니다. 짧은 기간 비약적 발전을 이룬 풍요로운 나라에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고 많은 기회를 누리는 듯 보이는 우리 젊은 세대가 왜 이렇게까지 결혼을 미루고 출산을 기피하는가? 주택과 교육문제가 원인이라며 이런저런 대책이 제시되지만, 분석은 상투적이고 처방은 공허해서 답이 없어 보인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인구야 좀 줄면 어떤가? 도대체 무엇이 우리 젊은 세대를 이렇게까지 숨 막히게 하는지, 이 세상을 어떻게 고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우선할 일이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를 필두로 인구문제를 걱정하는 수많은 위원회가 만들어져 중앙과 지방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9년 우리 함양에는 명칭부터 절박함이 느껴지는 ‘학생모심위원회’가 만들어졌다. 학생 수가 줄어 폐교위기에 몰린 서하초등학교를 아이토피아(아이+유토피아)로 만들겠다며 전국단위 설명회를 여는 등 전학생 유치에 노력한 결과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학부모에게 주택과 일자리를 제공하고 전교생에게 매년 해외연수와 장학금을 수여하는 등 유치 조건도 파격적이었고 LH공사 등과의 연계사업을 통해 농촌 유토피아를 건설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높으신 분들이 서하에 오셔서 협약식도 하고 사진도 찍었는데 문제는 일회성 시범사업으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과연 이런 방식으로 매년 전학생을 유치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것인지, 비슷한 상황의 다른 학교에도 이러한 방식을 적용하고 예산을 뒷받침하여 계속 토피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인 것이다. 서하의 ‘학생모심위원회’가 만들어낸 아이토피아가 애초 설계되고 협약된 대로 약속이 지켜지고, 발전해 나가는지 관심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인구 늘리기는 국가적 과제인데 노령화가 심각한 지방은 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더 절박하다. 우리 함양만 해도 인구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백방으로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지만,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국가가 10년 넘게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세계에서 최고로 빠른 속도로 노령화가 되어가고 있는데 지방이 도시보다 높은 출산율과 늦은 고령화를 기대하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귀농인을 유치하고 전학생을 받아들여서 인구를 늘리고 우리 마을의 학교를 존속시키려는 노력은 계속하는 한편,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구조조정은 기업만 하는 게 아니고 규모의 경제도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생 수가 줄면 모아서 새로 만들고 마을도 주민 수가 적어지면 합쳐서 새로 가꾸어야 하지 않겠는가? 군민 수가 5만 명은 되어야 행복하고 3만 명으로 준다고 불행한 도시가 되면 안 되지 않은가? 언젠가 함양의 인구가 3만 명이 되었을 때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어떻게 변해야 할지도 토론이 필요하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