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교실에서 피자를 만들었는데 도우가 동그랗고 예쁘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해부터 베이킹에 재미를 붙여 스콘, 파운드케익, 카스테라, 소금빵, 베이글 등등 다양하게 만들어 보았는데 피자는 처음이라 기대가 컸습니다. 항상 사 먹던 피자를 집에서 직접 구워먹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약간 설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밀가루 반죽를 손가락 끝에서 붕붕 띄우고 돌리며 도우를 만들 줄 알았는데 걍 밀대로 밀어 만들었습니다. 예전에 피자 가게에서 손끝에서 빙빙 돌리며 도우 만드는 걸 보고 참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밀대로 밀어 만드니 싱겁고 살짝 아쉬웠습니다. 하긴 도우를 붕붕 날리며 만드는 건 요즘 피자 전문점에 가도 볼 수 없습니다. 주문하면 10분~20분 뒤에 접시에 담아내야하는데 언제 반죽하고 숙성해서 도우를 만들겠습니까? 50분 정도 발효시킨 반죽을 밀대로 바닥이 비칠 정도로 얇게 폈는데 의도한대로 동그랗게 되지 않네요. 문득 세계 지도에서 보던 호주 대륙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속으로 큭큭 웃었답니다. 어쨌든 완성된 도우를 포크 같은 걸로 콕콕 눌러 곰보를 만든 뒤 피자 소스를 발랐습니다. 피자소스라고 토마토 캐찹 같은 것을 캔에 담아서 파네요. 촘촘하게 다지고 양념한 불고기를 후라이팬에 볶고 피망, 양파, 햄도 작게 썰었습니다. 옥수수는 캔 제품으로 준비했습니다, 소스를 바른 도우 위에 피망, 양파, 옥수수를 올리고 햄과 볶은 불고기를 펼치고 파지치즈를 넉넉히 덮고 올리브로 마무리. 예열된 오븐 220도에 20분 구워냈습니다. 최근에 파스타랑 피자를 잘 만드는 카페에서 루꼴라 피자랑 고르곤졸라 화덕 피자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내가 구워낸 불고기 피자도 도우가 얇고 비슷해서 그 정도로 맛이 있을 거라 기대하고 먹었는데 오븐 피자라서 그런지 맛이 차이가 납니다. 물론 맛은 좋습니다. 오븐에서 갓 구워낸 빵은 무조건 맛있습니다. 단지 피자 잘 만드는 사람이 화덕에서 구워낸 피자랑 맛이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베이킹은 장비빨이라고 합니다. 화덕에서 구운 거랑 오븐에서 구운 것이 같을 수는 없네요. 지난겨울 벽난로에서 고구마를 자주 구워 먹었습니다. 해 넘어가면 벽난로에 불을 넣었다가 열기가 사그라질 무렵 남은 재속에 고구마를 묻어 구웠는데 맛이 정말 좋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는데 벽난로에서 구운 고구마는 참기가 어렵습니다. 고구마를 오븐에 구워 먹기도 하고 찜통에 삶아 먹기도 하는데 벽난로에 구운 거랑은 맛이 차이가 납니다. 화덕에 구운 피자랑 오븐에 구워낸 피자가 맛이 차이가 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