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남매의 막내와 9남매의 다섯째가 만나 결혼을 했다. 양가를 합해 18남매의 조합을 이룬 서정금·김윤옥씨는 올해로 33년차 부부다. 9남매의 다섯째 김윤옥씨가 고르고 고른 남자가 9남매 대가족 막내 서정금씨였으니 주위에선 놀라기도 했고, 놀리기도 했다. 부부는 각자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을 하다 6년 전 황궁을 인수하며 공동운명체가 됐다. 아내 김윤옥씨는 식당, 휴게소 등에서 일하며 음식솜씨를 발휘해 왔다. 남편 서정금씨는 자신의 이름을 건 해장국집도 운영한 바 있다. “지금은 아내가 음식을 다 하죠. 나는 보조지요, 청소도 도와주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서정금씨의 요리 실력도 아내 못지않다. “남편도 요리를 잘해요, 여기선 한 가지 음식은 남편 담당이죠” 서정금씨가 맡은 메뉴는 ‘모듬전’. 함양읍 식당에는 ‘전’을 전문으로 파는 곳이 많지 않다. 그렇다 보니 비 오는 날이면 막걸리와 전을 파는 황궁이 언제나 만석이다. “이상하게 비만 오면 사람들이 북적여요. 내가 만든 전도 맛있다고 하고” 정금씨는 모듬전이 맛있으려면 반죽과 불 조절을 잘해야 한다고 한다. 적당한 농도의 반죽도 중요하지만 불이 세면 타지만 너무 약해도 기름을 먹어 맛이 떨어진다고. 아내 윤옥씨는 직접 만든 간장이 맛의 비법이라고 공개했다. 그녀는 멸치액젓을 내릴 때 사용한 멸치로 육수를 내어 간장을 만든다. 직접 만든 맛간장은 생선찌개의 감칠맛을 더해 준다. 생선도 요리 직전에 손질하여 싱싱한 맛을 살린다. “생선은 미리 손질해 놓으면 물이 빠져서인지 맛이 없어요. 생선살도 부드럽지 않고” 가장 중요한 것은 화력, 센 불에 요리를 하면 음식이 한 맛 더해진단다. 점심식사 손님을 맞이하기 전 오늘의 밑반찬을 만드는 윤옥씨가 바쁘다. “매일 오전엔 반찬을 만들어요. 하나하나 준비하려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오늘 만든 반찬으로만 오늘 장사를 하죠” 손님 밑반찬에 쓸 채소는 대부분 부주가 직접 농사 짓는 밭에서 나온다. 옻순, 두릅, 가죽, 머위, 방풍, 풋마늘 같은 것들이 그대로 손님 상에 오른다. 반찬 외에도 식당에서 판매하는 순두부는 집에서 손수 만든다. 국산 콩으로 손수 만든 순두부는 얼마나 고소하겠는가. 참기름도 국산이다. 직접 농사지어 짠 참기름까지 더해지니 황궁의 주방에서 탄생한 음식에 손이 절로 간다. 식당이라면 맛의 기본의 밥맛. 정금씨는 밥맛을 살리기 위해 좋은 품종을 골라 벼농사를 직접 짓는다. 필요할 때마다 방아를 찧은 쌀로 밥을 했으니 윤기가 다르다. 그러니 손님들은 연신 “공기밥 추가요”를 외칠 수 밖에 없다. 깨를 볶듯 고소함은 부부에게서도 넘쳐난다. 함께 식당을 운영하니 호흡이 잘 맞아야 하고 부부싸움을 했다간 장사하기도 힘들다. “안 싸워요, 싸우면서 살려면 같이 안 살아야지”하는 남편과 “안 싸우려면 한 명은 참아야지”하는 아내. 어느 쪽이든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식당을 인수한 후 어느 덧 자리를 잡아 황궁표 닭볶음탕, 옻백숙, 청국장 등 손님마다 찾는 메뉴도 다양해지고 많아졌다. 뭐가 제일 맛있냐고 물어보면 난감하다. 특별할 것 없는 닭볶음탕도 맛있다고 꼭 와서 포장까지 해 가는 손님이 있고 먹어도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며 청국장을 좋아하는 손님도 있고 그 흔한 밑반찬인 콩나물만 찾는 손님도 있으니 말이다. 서정금·김윤옥 부부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신메뉴를 준비 중이다. 오리, 닭 백숙에 옻을 넣으면 한층 맛있지만 옻을 먹지 못하는 손님에겐 내 놓을 수 없다. 신메뉴 개발에 나선 부부는 다슬기백숙을 준비 중이다. 신메뉴 다슬기백숙이 출시되면 황궁은 또 빈 자리없이 북적이겠구나.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