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두류록 탐방길 1차 복원구간의 꼭지는 독녀암(현재 함양독바위)이다. 유두류록에 독녀암은 “높이가 천여 척인데 한 부인이 바위 사이에 돌을 쌓고 혼자 그 안에 기거하면서 도를 닦아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김종직은 “내 일찍이 산음(산청의 옛 지명)으로 왕래하면서 이 바위를 바라보니 모든 봉우리 모서리가 튀어나와 마치 하늘을 괴고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하늘을 괴고 있는 듯한 독녀암은 함양지역 산악회 회원들이 한 해의 안전 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지내는 곳이기도 하다. 운서마을에서 독녀암까지는 지역 사람들이 매년 시산제를 지내러 다닐 정도로 친숙한 길이고 마을 사람들의 생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구간에는 고로쇠나무가 많아 오래전부터 마을 주민이 봄이면 고로쇠 수액을 받고 산나물과 오미자, 다래 같은 열매를 수확하는 곳이었고 한 때는 노장동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었기에 운서주민들은 오늘날까지 오가고 있다. 당시 노장동 마을에 살았던 사람은 지금은 엄천강 주변으로 내려와 살고 있다. 이제는 생계를 위해 산길을 오르내리던 마을 어르신들이 한분 두 분 돌아가셔서 산나물 캐러 열매 따러 올라가는 사람이 줄어들고 발길이 뜸하다 보니 길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다행히 지리산 탐방 길로 새 단장을 하게 되어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 운서마을은 동강, 한남, 원기, 동호, 송전과 엄천강을 접한 이웃사촌인데 다 합쳐도 도시의 아파트 한 단지 인구도 안 된다. 이것이 비단 우리 엄천 골짝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렇게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해서 마을이 없어지는 것이 시간문제였는데 지리산 탐방 길이 생겨 사람들이 오가게 되면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인구도 오히려 늘어날 수 있겠기에 지역주민들은 실로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바라는 바가 크다고 했지만 단지 마을이 소멸되지 않고 유지되기를 원하는 정도라 사실 당연하고 소박한 바램이다. 유두류록 탐방 길이 열린다니 엄천골 주민의 숙원사업인 화산12곡 탐방 길도 만들면 좋겠다. 화산12곡은 엄천강 상류 용유담에서 하류 함허정까지 경치가 빼어난 12곳으로 엄천12경이다. 화산 제1곡 용유담, 제2곡 수잠탄, 제3곡 병담, 제4곡 와룡대, 제5곡 양화대.... 함양군에서 2019년 마천에서 유림까지 엄천강 관광벨트 조성을 위한 연구용역을 주었고 업체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가진 적이 있다. 226억 정도의 결코 적지 않은 예산이 계획된 사업이었는데 엉뚱하게도 여기에 100억원 이상 들어가는 전원주택지 개발 사업을 슬그머니 끼워 넣어 주민들의 호된 질책을 받고 흐지부지되었다. 여기에 주택지개발 사업이 왜 나오는 건지? 화산12곡을 테마로 하여 문화탐방 길을 만드는 사업이었으면 1%의 예산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인데 말이다. 마침 유두류록 탐구길 1차 구간이 열리니 들머리길과 회귀길 그리고 화산12곡의 엄천12경이 연계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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