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류산 탐방길이 김종직의 <유두류록>에서 걸어 나온다. 두류산은 지리산의 다른 이름이다. 이번에 복원되는 1차 구간은 엄천(운서리)에서 함양독바위(독녀암) 까지다. 여기서 1차라고 한 것은 김종직의 4박5일 일정 중 첫날 코스만 복원되는 것이기에 1차 구간이라고 한 것인데 앞으로 2차 또는 3차 복원사업을 거쳐 <유두류록>에 나오는 전 구간이 복원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희망이 담겨있다. 물론 국립공원 구역이라 관련법에 따라 10년 20년 후에나 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일단 1차 구간이 개방되면 2차 3차로 이어질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예상하고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김종직의 닷새 일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함양관아→엄천→화암→지장사→선열암→신열암→고열암(1박) 청이당→영랑재→해유령→중봉→천왕봉→성모사(2박) 성모사→통천문→향적사(3) 향적사→통천문→천왕봉→제석봉→세석→창불대-영신사(4박) 영신사→영신봉→직지봉→실덕리→등구재→함양관아 김종직의 <유두류록>은 기록에 남아있는 최초의 지리산 산행기이다. 이후 17년 뒤 김일손의 <속두류록>부터 조식의 <유두류록>, 변사정의 <유두류록>등 같은 제목의 산행기가 많이 이어지는데 모두 김종직의 산행기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김종직의 유두류록은 단순한 여행기록이 아닌 당대 이름을 떨친 문장가의 빼어난 문학작품이기 때문이다. 첫날밤 고열암에서 쓴 “소나무 파도가 달빛 아래 들끓으니...”같은 서정적인 구절을 음미하며 걷는 탐방 길은 단순히 땀 흘리며 걷는 등산이 아닌 문학 순례가 될 것이다. 김종직은 산행중 경유한 요소요소를 ‘유두류기행시’라는 별책으로 기록해 놓았는데 여기에 나오는 주옥같은 작품이 유두류록 탐방길을 전무후무한 문학순례의 길로 만들 것이다. 우리는 지리산둘레길, 제주올레길, 사명대사길, 백의종군길, 북한산둘레길 등등 멋지고 아름다운 길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매력적인 고전문학 순례길을 하나 더 가지게 되는 것이다. 김종직이 고열암에서 첫날 여정을 풀고 서쪽 산등성이에 있는 의론대에서 주위를 조망하며 이렇게 기록한다. ‘삼반석에 올라 지팡이에 기대서면 향로봉, 미타봉이 모두 다리 밑에 있다’ 그리고 그 감회를 ‘소매 가득 가을바람이 들어와 나도 신선이 되려하네’라는 구절이 있는 호방한 시로 남겼다. 의론대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절경은 부처의 형상을 이루고 있는 바위지대인데 이 바위지대는 산 아래서 보면 누워있는 부처처럼 보인다. 이 바위지대는 휴천, 마천 지역 아래에서 보면 영락없는 와불이어서 이 와불은 조망하는 곳에 부처가 견불사라는 이름의 절도 있다. 굳이 김종직의 유두류록 탐방길을 걷지 않더라도 휴천에서 인월로 이어지는 엄천강변 국도를 지나갈 때 강 건너 지리산을 슬쩍 쳐다보면 엄청난 규모의 와불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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