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초·중 각급 학교에서는 일 년에 두 번 봄·가을 학부모들을 위한 교육과정 및 진로 진학 설명회가 열립니다. 학부모의 생업에 지장이 없도록 설명회 시간도 오후 여섯 시 이후로 잡습니다. 학교 교육과정이란 ‘학교에서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선택된 교육 내용과 학습 활동을 체계적으로 편성·조직한 전체 계획’을 말합니다. 교육과정 설명회를 여는 목적은 학교 교육과정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자녀들의 진로와 미래 설계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며, 담임교사와의 상담으로 소통의 기회를 확대하여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행복한 교육의 장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세 시간쯤 진행되는 교육과정 설명회의 주요 내용입니다. 먼저 교직원과 학교 현황을 소개하고 이어서 학생들이 일 년 동안 배우는 교과는 무엇이며, 이에 따른 평가는 어떻게 하며, 창의적 체험활동에는 무엇이 있으며, 주요 학사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가를 살펴봅니다. 이것이 교육과정 설명회의 핵심입니다. 이외 방과후학교 운영, 학교생활기록부, 공교육 정상화 시행, 원격수업, 자유학기제, 도서관 운영, 장애 이해 교육, 아동학대 예방, 학생 자살 예방, 가정폭력 예방, 학교폭력 예방,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방역 수칙 및 생활안전 수칙, 성희롱·성폭력 예방, 양성평등, 청소년 흡연 및 약물 오남용 예방, 청소년 비만 예방 교육, 일반 감염병 예방 교육, 정보통신윤리 교육, 청렴 교육, 교원능력개발평가, 수업 혁신 전문적 학습공동체 운영, 상급학교 진로 진학 등으로 책자로 족히 한 권 분량이 넘습니다. 강당(두류관)에서 교육과정 설명회를 마치고 나면 각 교실에서 담임선생님과의 상담 시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담임교사는 가정의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중학교부터는 담임 전담 초등과 달리 전공교과목 교사가 교과 수업을 합니다. 담임교사는 자신의 전공교과목 시간 외에도 담당 학반 학생들과 수시로 교감합니다. 예전에는 아이를 학교에 맡겨놓으면 죽이 되던 밥이 되던 학교에서 알아서 키우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세월과 세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자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자식 농사를 잘 지어 놓으면 평생 복덩이가 되고 자식 농사에 소홀하면 평생 애물단지가 된다는 사실은 그동안 경험으로 잘 알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의 장단점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담임교사입니다. 1975년, 제가 다녔던 함양중학교 일학년 봄날 이맘때쯤 학교 교육과정 설명회가 있었나 봅니다. 생업에 바쁜 부모를 대신하여 저의 선조모가 참석했습니다.  그날 저녁 밥상머리에서 선조모가 했던 말씀을 지금도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너거 담임선생 인물이 보통이 아니더라. 내 들어본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다 옳은 말이더라.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열심히 공부해라” 신교육의 신자도 모르고 학교 문턱에도 안 가본 우리 선조모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맏손자 저에 대한 명령이자 당부였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학창 시절 선생님 말씀은 곧 법으로 여겼습니다. 숙제는 밤을 새우더라도 반드시 했고, 학교는 하루도 빠짐없이 꼬박꼬박 다녔습니다. ‘선생님 말씀을 잘 듣자’ 이것이 학창 시절 저의 생활신조였습니다. 새봄 3월 28일 저녁 함양중학교 학교 교육과정 설명회가 열립니다. 학부모를 많이 만난다는 설렘에 머리도 단정히 하고 잘 다림질한 옷에 가장 멋있는 넥타이를 골랐습니다. 그리고 학교장 인사말을 매조지 했습니다. 『반갑습니다. 학교장 최상재입니다. 생업에 바쁘신 가운데도 이렇게 학교 교육과정 설명회를 찾아 주신 학부모님 고맙습니다. 이십사절기 중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이 지났고, 일 년 중 날이 가장 맑다는 청명 절기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공기가 차갑지만, 한낮에는 따뜻한 봄 햇살이 참 좋습니다. 농경사회에서는 농사가 시작되는 절기입니다. 농사 중에서도 자식 농사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온 동네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금쪽보다도 귀한 자식들을 위한 오늘 저녁의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설명회를 통해 학교 교육과정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더불어 사랑하는 자녀들의 밝고 건강한 미래를 위해 어떤 지혜와 설계가 필요한지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1933년 이래로 두류산 정기 받은 천령 옛터전 다볕골 배움터 언덕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우리 함양중학교는 언제 둘러봐도 편안하고 기분 좋습니다. 저는 1978년 2월 함양중학 삼십이 회 졸업생 중 한 명입니다. 사십칠여 년 전 까까머리 소년이었던 저는 이곳 함양중학교에서 청운의 꿈을 안고 비룡 향학로를 오르내렸습니다. 그때 있었던 기와 목조 교사와 슬라브 건축물들은 다 없어졌고, 유일하게 돌부처만이 자기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저는 함양중휴천분교, 함양여중교, 함양고교는 근무했었지만, 정작 모교 함양중학교는 근무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늘 빚을 진 기분이었고, 꼭 한 번은 근무해보고 싶었고, 혼자 짝사랑해 온 학교가 함양중학교였습니다. 2021년 9월1일 그 꿈을 이루어 기쁘기도 하지만, 제자이자 동문 후배 학생들을 잘 키우고 싶은 책임감도 많이 느낍니다. 저가 바라는 함양중학교 학생상은 이렇습니다. 밝은 얼굴로 콧등과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힐 때까지 열심히 운동하고, 좋은 책 많이 읽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학생입니다. 슬기롭고 당당하고 멋진 함양중학 건아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것을 확신합니다. 오늘 참석해 주신 학부모님, 가정에서 관심 가지고 지켜봐 주시는 학부모님, 귀한 자식들을 우리 학교에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기 이 자리 우리 선생님들은 경남 최고의 교사들이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학생의 일이라면 언제든지 학교가 열려있습니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온 우주다.’라는 마음으로 함양중학 교직원과 학생들은 배우고 가르치는 가운데 서로 성장토록 하겠습니다. 우리 교직원 모두는 열과 성을 다해 학생들을 보살피고 교육하겠습니다. 다이아나 루먼스의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시를 같이 읽으며 인사말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아이와 함께 손가락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손가락으로 명령하는 일은 덜 하리라. 아이를 바로잡으려고 덜 노력하고 아이와 하나가 되려고 더 많이 노력하리라. 시계에서 눈을 떼고 눈으로 아이를 더 많이 바라보리라.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더 많이 아는데 관심 갖지 않고 더 많이 관심 갖는 법을 배우리라. 자전거도 더 많이 타고 연도 더 많이 날리리라. 들판을 더 많이 뛰어다니고 별들도 더 오래 바라보리라. 더 많이 껴안고 더 적게 다투리라. 도토리 속의 떡갈나무를 더 자주 보리라. 덜 단호하고 더 많이 긍정하리라. 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사랑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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