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퇴직 후의 삶에 대한 설계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됐다. 건강하고 가치 있게 장수할 수 있는 삶에 대한 고민, 퇴직 후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미리 고민하는 것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정밀기계를 다루는 우리나라 중견기업의 부사장으로 퇴직한 박홍규씨는 6년 전 고향인 휴천 마상마을로 귀촌했다. 부모님이 살아계신 동안만이라도 좋은 집에서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으로 고향집을 허물고 새로 지었다. 집 짓는 걸 반대하시는 부모님을 설득하느라 “퇴직하면 제가 내려 와 살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는데 시간이 흘러 참말이 됐다. 회사에서 부사장까지 올랐던 직장인 박홍규씨의 삶은 바빴다. 회사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많은 자격증을 보유했고 연구소장직을 맡은 동안 2002년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무대를 설계하고 설치했다. 굵직굵직한 성과를 거두며 유능한 엔지니어로 인정받은 박홍규씨는 정년퇴직과 함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인생 후반부를 설계했다. “인생의 전반부는 직장생활로 성공을 위해 엄청 바쁘게 살았어요. 진급을 위해, 흔히 말하는 출세를 위해서 말이죠. 정년 후에는 느리게 사는 삶을 살아보고 싶었어요. 시골에 와서는 농사를 지어 돈을 버는 농업인보다 삶의 가치를 높이는 귀촌인이 되자고 생각했죠” 박홍규씨는 “귀촌하기 전에는 남이 만들어 놓은 인생의 정답을 쫓아가며 살았다면 귀촌 이후에는 내 삶의 정답을 내가 만들어가자는 생각으로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했어요.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그걸 달성하면서 건강한 생각으로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거죠” 그는 15개의 버킷리스트를 실천하고 있으며 해마다 리뉴얼된다. 우리나라 산 1500개 등반, 해외 50개국 여행, 우리나라 섬 100개 여행, 국공립자연휴양림 167곳 숙박체험, 산사 500곳 참배, 전국 명승지 및 문화유산 탐방 등 목표를 달성해 가며 그는 삶의 정답을 찾아가고 있다. 버킷리스트와 함께 그가 삶의 여유를 얻기 위해 찾은 취미가 식용꽃 재배이다. 꽃은 부모가 애를 키우듯 신경 써야 잘 자라고 모양도 난다고 했다. 금어초, 식용장미, 수레국화, 헬레나, 데이지, 금잔화... 처음엔 꽃을 심고 키우기만 했지 먹지는 못했다고. ‘이걸 어떻게 먹나’ 고민하며 눈으로만 먹었다고 했다. 예쁘게 핀 꽃잎만 따서 여러 음식에 도전했더니 앤여왕의레이스는 부각으로 먹으면 맛있고 머위꽃도 튀김을 하면 맛났다. 식용장미로는 청도 담을 수 있었다. 비빔밥은 식상하니 샐러드를 만들어 보았다. 방풍잎을 바닥에 깔고 금어초, 금잔화, 향기패랭이, 월명초, 루꼴라, 사과, 파프리카, 비트를 얹고 산딸기나 오디를 곁들였다. 아내가 만들어 준 소스로 화룡점정. 예쁘게 쌓아올린 식용꽃탑 샐러드가 완성되면 지인을 초대하여 시식회를 열었다. 꽃마다 식감도 다르고 맛도 다르다. 무엇보다 꽃샐러드는 보기에도 아름답고 향기롭기까지 했으니 초대받은 손님들은 눈으로 향으로 맛으로 식용꽃을 즐겼다.   평생 일기를 써 온 박홍규씨는 17년째 블로그를 운영하며 그 모든 시간을 차곡차곡 기록해 두었다. 7000여건이 넘는 게시물에는 1400여개 산을 등반한 산행기, 여행의 기록, 식용꽃과 함께 한 시간, 반려식물을 키우는 그의 일상이 담겨 있다. 박홍규씨는 자신이 설계한 인생의 정답을 찾아 내일, 또 내일 도전해야 할 일로 넘쳐나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