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용 의학박사(68)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 산부인과 전문의로 고려대에서 의학박사를 취득하고 건국대병원 원장을 역임하는 등 평생을 환자 진료와 후학 양성을 위한 헌신한 대한민국 대표 의료인이다. 이러한 정 박사가 지난 2021년 3월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아무런 연고가 없는 지리산 함양으로 왔다. 의사라는 직역은 통상적으로 정년이 없어 자신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종신토록 근무할 수 있는 직업의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정 박사의 경우 적어도 20년 이상 더 좋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데 왜 산골오지인 지리산 그것도 함양으로 왔을까? 사실 정 박사는 함양과 아무런 연고가 없다. 다만 그는 평소 의사라는 직업을 통해 사회에서 너무나 많은 혜택을 누려왔기 때문에 일정 시기가 되면 받은 혜택만큼 사회에 기여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마침 건국대병원 원장의 소임을 마친 후 이러한 다짐을 실행할 기회가 왔다고 판단, 함양군 보건소 산부인과 과장직에 응모해서 함양으로 오게 된 것이다. 잘 아시다시피 함양은 지리산과 덕유산으로 대표되는 백두대간의 한 가운데 위치한 산골마을이다. 한때 12만 인구를 자랑하며 번창했던 곳이지만 지금은 4만에도 못 미치는 전국 굴지의 지역소멸위기 지역이 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함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도내 기초단체 중 가장 약한 군세를 보인 의령의 경우 과거 11만의 인구가 현재 2만 5천으로 1/4 넘게 줄어들었으며 합천 역시 19만 인구가 현재 4만으로 거의 1/5 수준으로 감소되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고향을 등지며 연기처럼 사라져 갔을까? 물론 과거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전환됨에 따라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이촌향도의 흐름이 이어졌겠지만, 그중에서도 필자는 부족한 의료환경 역시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병원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을 의미하는 미충족의료율의 경우 경남은 2021년 기준 7.2%로 전국 2위였다. 시군별 상황은 더욱 심각해 남해 18%, 함양 14%, 고성 12%, 함안 10% 등을 보이며 서울 4.4%와 비교할 때 최대 4배 이상의 편차를 나타냈다. 실제로 최근 산청군의료원에서 내과 전공의를 모집하는데 4차례 이상 응모자가 없어 10개월 이상 의료공백이 발생한 사건은 열악한 농촌의 의료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우리 함양의 정 박사 예와 같이 열악한 농촌의 의료환경을 의사 개인의 희생과 헌신에만 맡겨 둘 수 있는가? 아니다. 개인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이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 우리 경남의 경우 현재 도내 의과대학 정원이 진주 경상대 1개 의과대학에 76명에 불과하다. 우리보다 도세가 절반이 전북의 경우 2개 대학 235명과 비교해 봐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니 경남 전체로 보아도 인구 천 명당 의사 수는 2.5명으로 전국 평군 3.1명의 80% 수준에 머물 뿐만 아니라 이마저도 창원, 진주, 김해, 양산 등의 도시지역에 몰려 있어 서부경남을 비롯한 군 지역의 경우 의사 선생님을 뵙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이에 필자는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장으로서 “경남 지역 의과대학 설립 촉구 대정부 결의안”을 제안하였고 지난 16일 본회의에서 64명 도의원들의 만장일치로 채택되어 청와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관계부처에 송부하였다. 이번에는 반드시 이 건의안이 채택되어 경남의 의료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길 희망해 본다. 끝으로 다시 한 번 정 박사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에 경의를 표하면서 앞으로 도내 농촌의 의료환경이 많이 개선되어 적어도 농촌에 산다는 이유로 목숨과 건강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줄어들기 기대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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