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요즘은 조금씩 봄이 다가오는 느낌이 듭니다. 저는 일월 말에 저희 친정어머니께서 돌아가셔서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가는 길에는 어머님께서 세상을 떠나셨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특별히 슬프다는 느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눈앞에 누워계시는 엄마를 보니, 진짜로 가셨구나라는 생각에 슬프다기보다는 외로움이 많이 다가왔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치매에 걸리셔서 최근 2년 동안은 요양원 생활을 하셨습니다. 코로나 때문에도 그렇고 자주 뵐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저는 거의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언제 마지막으로 이야기 했는지, 언제 마지막으로 엄마가 웃는 모습을 봤는지 기억이 없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누구보다도 저를 위해서 고생도 많이 하셨고, 저를 낳아주셨던 분인데 가실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가까이에 있는 남들이 지켜봐주셨다는 것에 너무 죄송스러웠습니다. 저는 부모를 보낸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스스로 어떤 반응을 할지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바로 눈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 자기도 왜인지 모를 순간에 눈물이 나곤 합니다. 일본에서는 조문오신 분들을 고인을 바로 볼 수 있는 자리에서 모십니다. 장례식장에서 밤에 엄마를 옆에 두고 새벽이 되도록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 아닌 생전 엄마와 늘 그랬던 것처럼 이야기를 하니 끊임없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때 느꼈던 것은 “내가 인생을 살아낼 수 있었던 힘은 늘 엄마가 계신다는 ‘안정감’이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엄마의 존재가 컸구나”라고 느꼈습니다. 그 다음에 든 생각은 ‘나도 딸들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딸들이 험한 길을 갈 때에 나의 존재가 쉼터가 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했던 것도 아닌데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한 시대가 끝나간다는 느낌과 함께 엄마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엄마가 계셨을 때 못했던 효도를 이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엄마 덕분에 살아올 수 있었던 엄마로부터 받았던 사랑을 제 딸들에 대한 사랑에 더해서 딸들을 더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가 살아계실 때보다 더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키워야 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살아오신 시대는 가장 변동이 심했던 20세기, 세계적으로 봐도 가장 비참하고 힘들었던 시대였습니다. 그 시대부터 계산해보면 91세까지 거의 반세기의 세월을 살아오시면서 단지 수고하셨다고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을 때는 분명 눈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위로하며 보내드려야겠다고 다짐하며 갔지만 역시 막상 돌아올 때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이번에 일본에 다녀오면서 느꼈던 것들을 딸들과 나누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딸들은 장례식장을 채운 할머니의 아들과 딸, 손자, 손녀들을 보면서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많은 역사를 남길 수 있구나, 가문의 이름을 남기는 것은 남자이지만 그러한 생명을 잉태시키는 엄마의 존재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생각하게 되었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또한 엄마라는 존재에게 어떻게든 더 아들로서 딸로서 잘해드리려고 생각하지만 엄마의 사랑에는 이길 수 없구나 그래서 가실 때 더 슬프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딸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제 뱃속에서 나왔지만 많이 성장했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하면서 저희 엄마도 사회에서 살아가는 저를 보면서 똑같이 느끼셨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친척들과 만났는데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한결같이 따뜻한 가족의 사랑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희 엄마가 당신의 마지막 가는 길을 통해서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척과의 자리를 만들어 주셨구나, 게다가 일본에 가기 전까지 한파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일본에 도착하니 추운 날씨가 어디로 갔는지 봄이라 느낄 만큼 따뜻해졌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봄을 가장 좋아하셨는데 마지막 화장하는 날, 가시는 날을 따뜻한 봄으로 만드셨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엄마 인생에 나라는 딸을 낳았던 것을 가장 큰 행복이었다고 하실 수 있게 성실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엄마가 가르쳐 주셨던 것을 실천하면서 살아가고 싶다”고 저는 그렇게 어머니께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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