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햇살이 따스했던 지난 2월14일 마천에 사시는 정복금여사의 100세 생신 축하연이 벌어졌다. 모 조합장께서 “이리 정정하신 어머니는 40년 전 처음 뵈었을 때도 지금과 똑같은 노인이었습니다!”라며 무병장수를 축하했는데 그러고 보니 평균수명이 20년 이상 연장된 지난 40년 동안 노인의 수는 얼마나 늘었을까?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는 40년 전인 1984년 전두환 정부 때 시행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노인복지정책이다. 함양에 사는 노인들이 천 원을 내고 관내를 오가는 버스를 타고 다닐 때 수도권의 노인들이 교통비 걱정 없이 양평 가서 점심도 먹고 온양으로 온천도 다녀오는 건 이 제도 덕분인데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고 큰 폭의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되면서 이 경로우대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65세가 무슨 노인이냐”며 소위 “노인혐오”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는 이 제도가 시(市) 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며 서울시장과 대구시장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인데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들이 투표를 열심히 하는 노인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은 없을 터이니 어차피 관련법 개정은 말 잔치로 끝나겠지만 차기 대권을 꿈꾸는 두 단체장의 행보는 사뭇 대조적이다. 무상급식문제로 크게 낭패를 본 바 있는 오 시장이 이제는 중앙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며 조심스레 목소리만 높이는 반면에 “권한이란 쓰는 것”이라며 의료원 폐업으로 재미? 를 본 바 있는 홍 시장이 지하철공사의 경영혁신과 노인 나이 70세 상향으로 재정문제를 해결하고 버스 무임승차로 노인복지를 확대하겠다며 구체적 추진 일정까지 제시하고 나섰다. 국회를 통한 노인복지법의 개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시장의 권한이라며 홍 시장이 추진하겠다고 하니 아마도 대구는 바뀔 것이고 성공한다면 귀중한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니 두고 볼 일이다. 오랜만에 만난 서상 사는 친구의 얼굴이 환하다. 어쩐 일이냐 물으니 공중목욕탕이 생겨서 거의 매일 목욕을 한단다. 귀촌해서 생긴 제일 신나는 일이란다. 필자도 이용해 보았는데 물도 좋고 읍에서는 7천 원 하는 목욕요금이 천오백 원에 불과했다. 주민편의시설이 생기는 건 좋은 일이다. 이참에 도서관도 짓고 대형마트 들어오면 더 좋을 것이다. 내년엔 백전과 휴천에 그 후엔 수동과 유림에도 공중목욕탕이 지어질까? 계획이 있는지 모르지만 없다면 다음 선거 때 후보들이 다투어 공약할 터이니 기다려 볼 일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단다. 목욕비가 싸고 시설이 좋아 타지인들이 원정목욕을 오는 바람에 정작 원주민들이 불편해지고 운영에 어려움이 있어서 요금체계를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다. 어린이, 일반인, 장애인, 노인으로 나누어진 요금체계에 외지인 요금을 따로 만들면 역차별이라는 논란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걱정이다. 왜 그리 복잡한지 모르겠다. 저렴한 목욕요금이 아니고 그저 대중목욕탕이 필요했던 것인데 요금에다가 노인, 장애인, 어린이 그리고 지역민의 복지를 엮어 놓으니 복잡해진 거다. 이런 걸 포퓰리즘이라고 한다. 더 큰 문제는 두 개의 목욕탕 운영에 연간 2억 원 정도의 군비가 매년 투입된다는데 앞으로 지어질 목욕탕도 생각한 정책인지 궁금하다. 처음부터 더 토론하고 더 정교하게 설계했어야 할 일이고 이제는 빨리 바로 잡아야 할 일이다. 필자 생각에는 공중목욕탕 같은 주민복지 시설의 운영은 전적으로 주민자치에 맡길 일이다. 군청의 관여가 정말 불가피하다면 원정목욕이 실익이 없을 정도로 요금을 올리고 운영일수와 운영시간을 조정해 군비로 충당해야 할 운영비는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 간 불필요한 갈등도 생기지 않을 것이고 다른 면(面)에도 목욕탕을 지을 여력이 생길 것이다. 함양은 대도시가 아니고, 얼마간의 문화적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 농촌이고 전원생활이다. 지금은 아무리 깊은 산속이라도 집마다 따뜻한 물이 나오는 목욕 시설을 갖추고 사는 시대고, 아시다시피 미국(美國)에는 대중목욕탕이 아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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