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무슨 빵이지?” 저녁 식탁에 밥 대신 빵이 들어간 스프를 먹으며 아들이 물어보는데 아내가 “이거 니가 만든 바게뜨빵이야~”라고 하니, 언제 만든 건데 그게 아직도 있냐며 고개를 젓습니다. 아들이 구워낸 바게뜨빵이 껍질이 두꺼워 3주째 힘들게 먹다가 아내가 아이디어를 내어 특별식을 만들었습니다. 바지락과 황태 대가리로 육수를 내고 감자, 양파, 당근, 호박, 버섯 그리고 딱딱한 바게뜨를 잘라 넣으니 별미네요. 이제는 바게뜨가 딱딱하게 구워져도 괜찮습니다. 아내는 아들에게 딱딱한 바게뜨 더 만들라고 하는데 물론 농담입니다. 자꾸 실패를 하다 보니 아들도 실력이 조금씩 늘어 며칠 전에 구워낸 식빵은 아주 부드럽게 잘 되었습니다. 식빵을 열 번 쯤 만든 것 같은데 진전이 있어 이번 것은 아주 부드럽고 맛나게 구워졌습니다. 곶감을 말리다 보면 바게뜨 빵보다 딱딱한 못난이 곶감이 나옵니다. 주로 사이즈가 아주 작은 감이 이렇게 되는데 그렇다고 당도가 낮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너무 딱딱해서 먹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이렇게 딱딱한 곶감은 수정과를 만들어 먹으면 좋습니다. 수정과에 던지면 반건시처럼 부드럽고 젤리처럼 달콤해집니다. 아내가 딱딱한 바게뜨 빵을 먹기 위해 만든 특별한 스프도 수정과에 딱딱한 곶감 담그는 거랑 같은 수법입니다. 수정과에는 이런 딱딱한 곶감이 오히려 필요합니다. 그리고 딱딱한 곶감은 우유와 함께 믹스에 갈아 먹어도 좋습니다. 곶감이 우유와 잘 어우러져 달콤한 곶감 라떼가 됩니다. 곶감을 연중 판매하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다보니 못난이가 많이 나옵니다. 꼭지가 떨어진 것, 흠이 있는 것, 너무 말려 딱딱한 것 등등 정품으로 포장하지 못하는 것들은 따로 모아 못난이 곶감으로 포장합니다. 수정과, 라떼용 곶감으로 분류된 것은 지퍼백에 소분해서 담고 기타 흠이 있는 것들은 실속형 팩에 담습니다. 못난이 곶감은 외모가 못생겼지 맛은 좋습니다. 가성비 매력 갑입니다. 만일 내가 곶감을 사서 먹는다면 이런 못난이 곶감을 사서 먹을 것입니다. 가위질 몇 번해서 먹으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으니까요. 올해도 못난이 곶감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바빠 손을 못 대고 따로 냉동 창고에 보관만 하고 있다가 며칠 전부터 여유가 생겨 포장하고 있습니다. 작고 딱딱한 것들은 지퍼백에 담아 수정과, 라떼용으로, 그 외 이런저런 흠이 있는 못난이는 실속형 팩에 가지런히 담았습니다. 실속형 팩에 담은 못난이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겉모습만으로는 정품과 구분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스티커로 구분합니다. 이렇게 스티커로라도 구분을 해놓지 않으면 분이 났을 때는 정말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화장을 예쁘게 하면 누가 더 예쁜지 알 수가 없는 거지요. 못난이가 화장빨 받으면 정말 감쪽같습니다. ‘감쪽같다’는 말의 어원을 아십니까? 원래는 “못난이 곶감이 분이 나서 예쁜 곶감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같아진다”는 것이랍니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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