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힘찬 발걸음! 졸업생 여러분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학교에서 해당 교육 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에게 졸업장을 수여하기 위한 의식인 졸업식은 입학식과 더불어 매우 중요한 행사 중 하나입니다. 빠르면 12월 말이나 이듬해 2월 초·중순 무렵 대부분의 학교가 졸업식을 합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지난 2년간 학교 졸업식은 간략하게 진행했습니다. 졸업생과 후배, 학부모와 교직원들이 다 함께 모일 수도 없어 강당 대신 각 교실에서 조촐한 졸업식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전까지 듣도 보도 못한 비대면·방송 졸업식은 서로 간에 아쉬운 눈인사만 나누고 쫓겨나듯 교문을 나서야 했습니다. 학부모들은 운동장과 교실에 들어갈 수도 없었고 교문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몇 장 찍고 돌아갔습니다. 많이 아쉬운 졸업식 풍경을 두 해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다행히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3년 만에 졸업식다운 졸업식이 열립니다. 1975년 생애 첫 졸업식인 국민학교(1996년 초등학교로 바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교장 선생님의 고별사에 이어 후배 대표의 송사, 졸업생 대표의 답사가 이어집니다. 이때부터 마음이 여린 몇몇 친구는 훌쩍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풍금 반주에 맞춰 윤석중 작사 정순철 작곡 졸업식 노래를 불렀습니다. 후배들이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며 우리들도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1절을 불렀습니다. 교과서도 제대로 없어 선배로부터 물려받아 공부해야만 했던 그런 시대를 살았습니다. 이어서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 2절을 졸업생이 부를 때면 가슴 뭉클했고 졸업식장은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또 이어진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강물이 바다에서 다시 만나듯 우리들도 이다음에 다시 만나세.” 젖은 목소리로 다 함께 불렀던 3절은 졸업식 노래라기보다 다짐의 합창이었습니다. 아마도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데 세상에 이보다 더 감정선과 눈물샘을 건드리는 졸업식 노래는 없지 싶습니다. 1978년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어디 간들 잊으리요 두터운 우리 정 다시 만날 그날 위해 노래를 부르자~” 스코틀랜드의 민요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 석별의 정)을 불렀습니다. 한창 사춘기 시절이고 진눈깨비 날리는 진흙바닥 운동장에서 벌서듯 진행했던 졸업식이다 보니 어서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부모님께 받은 용돈으로 학마을 친구들과 대보 중국음식점에서 이날만큼은 특별히 간짜장 곱빼기와 군만두를 시켜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내고향사진관에서 친구들과 찍은 흑백 졸업기념 사진은 지금도 소중히 보관하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며 옛 추억에 잠깁니다. 부산·진주·거창 등지로 제법 멀리 떠나는 친구들과의 이별이 아쉬워 밤늦도록 석별의 정을 나눴던 추억이 새롭습니다. 고등학교 때, 졸업식 노래는 별 기억에 없고 교장 선생님의 마지막 훈화(정의로운 경찰관 스핑코)가 많이 생각납니다. 이후에도 두어 번 더 졸업식이 있었습니다만 졸업식 노래는 부르지 않았고 고별사 축사는 지루했으며 뒤풀이도 가족과 밥집에서 저녁밥 맛있게 먹었던 평범한 일상이었습니다. 요즈음 MZ세대들의 졸업식은 축제 분위기 속에서 열립니다. 재주꾼들은 재미있는 학교생활 동영상을 찍어 보여 주기도 하고, 노래나 화려한 율동을 곁들인 군무로 자축 무대를 만들기도 합니다. 졸업식 노래로 ‘아이유의 졸업하는 날, 주니엘의 내일이 아름답도록, 김보경의 청개구리, 안진현의 졸업을 축하합니다’를 부르는데 요즘 학생의 취향에 딱 맞나 봅니다. 올해 함양중학교는 015B의 ‘이젠 안녕’이라는 졸업식 노래를 준비합니다. “우리 처음 만났던 어색했던 그 표정 속에 서로 말 놓기가 어려워 망설였지만 음악 속에 묻혀 지내온 수많은 나날들이 이젠 돌아갈 수 없는 아쉬움 됐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신세대다운 발라드풍 멜로디와 노랫말입니다. 2023년 2월 10일, 제77회 함양중학교 졸업식이 열립니다. 학교장 고별사에 ‘어떤 내용을 담을까? 길게 하지 말아야겠지?’ 다짐하고 다짐합니다. 그래도 ‘뭔가 감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고민합니다. 그러다가 문득 “제 918호 졸업장 최상재 19○○년 ○월 ○일생 국민학교 전 과정을 졸업하였음을 증함 1975년 2월 28일 위성국민학교장 강○○” 오래된 졸업장을 꺼내봅니다. 오늘 이 자리 저를 있게 만든 첫 단추 초등학교 졸업장에 새겨진 문구 원안 그대로입니다. 누렇게 빛바랜 초등학교 졸업장에서 실마리와 해답을 얻고서는 함양중학교장으로서의 이별 인사 글월을 마무리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 3학년 강○○ 외 111명의 함양중학교 졸업을 축하합니다. 여러분들은 같은 교문을 드나들며 함께 공부했다는 뜻이 담긴 제77기 함양중학 졸업동문입니다. 더불어 함양중학교는 여러분들의 영원한 모교가 됩니다. 돌이켜보면 여러분들과 함께했던 지난 3년은 무척 행복했습니다. 새봄 아지랑이와 함께 온몸을 내던졌던 체육대회, 무더웠던 한여름 밤의 독서삼매경,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가을 햇살에 하늘 높이 뛰어올랐던 동아리 스포츠 리그와 축구대회, 흥에 겨워 한바탕 신명나게 노래하고 춤추며 놀았던 어울마당 모꼬지 비룡축제, 팔령재 동장군이 맹위를 떨쳤던 한겨울 지나고 맞이한 졸업식 날 아침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자라서 늠름하고 당당한 청년이 되어 졸업하는 여러분들을 보면, 생명의 힘이 위대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깨닫게 됩니다. 우리 졸업생 모두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고 싶었습니다. 모자란 기억력과 타고 난 게으름으로 여러분들의 이름을 더 많이 불러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새로운 시작!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졸업생 여러분에게 두 가지를 말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우리 학교 교훈처럼 새롭고 밝고 바른 삶을 살길 바랍니다. 함중인 농부가 키운 농작물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함중인 직공이 만든 옷의 단추는 잘 떨어지지 않으며, 함중인 의사는 사람의 목숨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고, 함중인 선생님은 실력과 인품이 뛰어나 걱정 없이 자녀를 맡길 수 있길 바랍니다. 졸업생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 저마다 보람을 가지고 하는 일과 성공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며 축하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겠습니다. 머리에는 새로움이 가슴에는 따뜻함이 이마에는 구슬땀이 흐르는 참 선비 함중인의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또 하나는, 육체는 더 넓은 세상을 향하여 나아가되 영혼은 영원히 다볕골 함양 배움터 언덕배기에 있길 바랍니다. 위천수 맑은 물줄기가 대관림 상림과 용산벌 한들을 감돌아 돌고, 두류산 백암산 천령봉 산줄기는 병풍처럼 아늑하게 펼쳐지며, 어질고 따뜻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다볕골 함양 배움터 언덕, 여러분의 모교 함양중학교를 기억하십시오. 비록 여러분들의 몸은 학교를 떠나지만 남긴 발자취와 숨결은 이곳 모교와 후배들에게 면면히 전해질 것입니다. 추억을 간직하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모교 함양중학교를 잊지 말길 바랍니다. 졸업생 여러분들의 꿈과 뼈를 키운 함양중학교는 천령 옛 터전 다볕골 함양 여기 이 자리를 언제나 지키겠습니다. 여러분이 펼치고자 하는 꿈단지를 고이 간직한 채 졸업생 동문들의 금의환향을 기다릴 것입니다. 그동안 나에게 행복의 꽃이 되어 주었듯이 앞으로 더 넓은 세상에서 누구에겐가 행복을 나누어 주는 빛과 소금 같은 소중한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언제 어느 곳에 살든지 늘 당당하게 도전하는 비룡 함중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학부모님, 3년 동안 귀한 자녀를 함양중학교에 맡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성우의 ‘돌아가는 배(섬에서 태어난 소년이 청운의 꿈을 안고 육지에 나가 신문기자로 세계를 누빈 뒤 태어난 곳으로 귀향하는 수필 모음)’ 한 구절을 낭독해 드리며 마무리하겠습니다. “나는 돌아가리라. 내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리라. 출항의 항로를 따라 귀향하리라. 젊은 시절 수천 개의 돛대를 세우고 배를 띄운 그 항구에 늙어 구명보트에 구조되어 남몰래 닿더라도 귀향하리라. 어릴 때 황홀하게 바라보던 만선의 귀선, 색색의 깃발을 날리며 꽹과리를 두들겨대던 그 칭칭이 소리 없이라도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빈 배에 내 생애의 그림자를 달빛처럼 싣고 돌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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