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사서 먹는 게 ...” 아들이 바게뜨 빵을 구웠는데 껍질이 너무 두껍고 딱딱하게 만들어졌습니다. 빵을 만들어보겠다고 거금을 들여 오븐 사고 최근에는 반죽기까지 들였는데 생각처럼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자 두꺼운 빵 껍질을 질겅질겅 씹으며 내뱉는 말입니다. 웃음이 나오는 걸 참으며 “처음부터 잘 하면 제과점 하는 사람 어쩌란 말이고~”하며 등을 한번 탁 쳐 주었습니다. 산에 갔다고 누구나 도사가 될 수는 없습니다.나도 최근에 만든 파운드 케익이랑 스콘이 마음에 안 듭니다. 배운 대로 만들었는데 너무 달고 2%가 부족한 맛입니다. 사실 2%가 아니고 50%가 부족합니다. 이제 배워 처음 만들면서 전문 베이커처럼 잘 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주에는 아들이 식빵을 구워냈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것도 너무 뻑뻑하게 되어 식빵 하나를 일주일째 먹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빵이 먹고 싶어 읍에 나갔을 때 제과점에 가서 빵을 사려고 바구니에 담았다가 아들 생각에 참았습니다. 만들어 놓은 건 일단 먹어줘야지요. 사실 설 명절 대목이라 선물용으로 주문받은 곶감 택배 포장하느라 눈 코 뜰 새가 없어 빵 만드는데 집중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주문 들어오는 대로 택배 포장을 하고 잠시 틈을 내어 빵을 구워냈는데 시간에 쫓기다보니 반죽이 제대로 숙성이 될 리가 없고 숙성이 덜 된 반죽으로 굽다보니 뻑뻑한 빵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그리고 몰랐는데 바게뜨는 스팀오븐 이라는 걸로 구워야 된다고 하네요. 보통 오븐으로 구우려면 껍질에 물을 계속 촉촉하게 뿌려줘야 된다는데 이건 초보가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바게뜨를 만들려면 스팀오븐을 구입해야하는데 또 비싼 기계를 사느니 차라리 아들 말대로 그냥 제과점에서 사서 먹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 제대로 된 빵을 만들지 못하고 계속 실패하지만 그래도 아들은 빵을 굽는 게 재미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실패한 빵도 막 구워내어 뜨거울 때는 제법 맛이 있습니다. 올해는 나도 베이킹 수업을 한번 받아보려고 합니다. 열심히 배워서 재밌는 빵도 만들어보고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만든 곶감을 첨가한 새로운 빵을 한번 만들어볼까 합니다. 20년 곶감만 만들다보니 가업으로 이을 정도로 곶감농사는 자리를 잡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곶감을 응용한 특별한 빵을 개발해보려고 합니다. 곶감은 그 자체로 두 달 이상 건조를 시킨 것이기 때문에 건조가 된 곶감을 고온의 오븐에 넣어 빵과 함께 굽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닙니다. 그리고 구워낸 빵에 곶감을 단순히 올리는 것도 곶감 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모름지기 곶감 빵은 피아노 반주에 첼로를 연주하듯 빵과 곶감이 조화롭게 어울려야 할 것입니다. 아직은 추운 겨울이지만 햇살이 따스한 한낮에 잠시 틈을 내어 미뤘던 국화 전지를 해 주었습니다. 묵은 가지 밑동을 잘라주니 아래에 새순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봄이 멀지 않았습니다. 잘라낸 가지가 네 포대나 되는데 바싹 말려 벽난로 불쏘시개로 쓰면 시간이 향기롭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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