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초심(首丘初心). 고행에 가까운 명절날 ‘민족의 대이동’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명징한 단어가 아닌가 싶다. 설날 같은 명절이 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고사성어다. 주나라의 개국공신 강태공이 제나라의 제후가 되어 타지에서 성공적인 삶을 마쳤지만, 죽어서는 고향 땅 주나라에 묻히고 싶어 했다.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살던 곳을 향하듯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는 마음을 ‘인(仁)’이라 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 얼굴을 뵙고 싶은 마음과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은 사람의 근본에 다름 아니다. 우리 선조들은 ‘원형이정(元亨利貞) 천도지상(天道之常), 인의예지(仁義禮智) 인성지강(人性之綱)’을 인간본성의 핵심 사상으로 삼았다. ‘원’은 처음이고 으뜸이니 봄을 뜻하고, ‘형’은 만물의 성장과 발전을 통해 형통하는 여름, ‘이’는 결실하는 가을이고, ‘정’은 만물의 완성이니 겨울을 의미한다. 자연의 섭리를 사물의 근본원리로 보았고, 인간 본성의 기본 강령도 자연의 순리와 같이 인의예지, 즉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네 가지 마음가짐으로 꼽았다. 네 가지 마음가짐 중에서 ‘인’을 으뜸으로 삼았다. 설날 아침에 어려운 고사까지 동원해서 변죽을 울리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설 명절을 맞아 고향 땅 함양을 찾은 ‘강태공’ 같은 분들을 위해 함양군이 특별한 일을 벌이고 있는 기대감 때문이다. 함양군이 설날 연휴가 시작되는 20일부터 31일까지 고향을 방문하는 출향인사를 대상으로 ‘고향 U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설문조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소멸 위기를 타파하기 위함이다.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생활하는 베이비부머 출향인사들의 ‘고향 귀향’에 대한 의견을 파악하고, 고향으로 U턴을 유인할 수 있는 다양한 시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은퇴 출향인사들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 땅 함양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행정에서 적극 지원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들을 위한 정주여건 개선과 출향인 맞춤형 시책발굴에 나선 것은 기대감을 갖기에 모자람 없다. 설날 고향을 방문하는 출향인사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삶의 가치를 고양하면서 동시에 고향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닌가 한다. 지역소멸 위기는 함양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지역의 인구 감소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22년 말 함양군의 인구는 37,708명으로 전년 말 기준 보다 602명이 줄었다. 그나마 전입인구가 2,284명으로 전출인구 보다 29명이 많았지만, 출생인구는 101명인데 비해 사망·말소 인구가 631명이나 웃돌아 전체 인구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별한 대책 없이는 함양군도 소멸위기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절박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 이번 고향 U턴 설문조사다. 어떤 성과가 나올지는 미지수지만 나름 의미 있는 조사가 될 것으로 믿는다. 모르긴 해도 은퇴에 즈음한 다수의 출향인사 중에는 개인적으로 귀향·귀촌을 심각하게 고민 중인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함양으로 귀향·귀촌한 사례를 살펴보면 비슷한 고민을 많이 했다는 경험담을 들을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을 소구점 삼아 제대로 된 마케팅을 펼친다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함양군이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최대한 확보해 지역회생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점 역시 기대감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이쯤에서 명절날 고향을 찾은 출향인사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수구초심의 마음으로 올해부터 시작된 고향사랑기부행렬에 동참하면서 은퇴 후 고향U턴을 진지하게 고민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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