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첫째주, 방방곡곡 진솔한 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체험 함양 삶의 현장`을 연재한다. <주간함양> 곽영군 기자가 함양의 치열한 노동 현장 속으로 들어가 체험하면서 직업에 대한 정보와 함께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흥미롭게 전하는 연재 코너이다. 관련 영상은 유튜브 `함양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편집자 주>   불교에서 인간은 태어나 네 가지 고통 생로병사(生老病死)를 겪는다고 한다. 누구나 태어나 병들고 늙기 마련. 현재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어 올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930만 명에 육박한다. 그만큼 노인에 대한 정책과 복지가 중요한 이때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어린이들에게 유치원 교사가 있다면 노인주간보호센터에는 요양보호사들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이번에 네 번째 체험삶의함양현장에서 소개할 직업은 낮 시간 어르신들의 생활 전반을 돌보는 요양보호사 그들의 삶을 체험했다.   오전 10시 체험을 위해 함양읍에 위치한 이레노인종합재가센터를 방문했다. 도착한 이곳은 깔끔한 건물 외관과 정리된 주변 환경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센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문해성 시설장이 반갑게 취재진을 맞이했다. 주간보호센터는 낮 시간 동안 어르신들을 케어하며 간단한 진료부터 놀이, 식사까지 제공한다. 어르신들이 센터에 방문하면 먼저 상주하고 있는 간호사들이 혈압, 당뇨, 체온 등과 같은 간단한 검사를 오전·오후로 나누어 체크한다. 작은 증상도 어르신들에게 큰 위험이 되기에 각별히 신경 쓴다. 이어서 목욕시간을 가진다. 신체가 연로한 어르신들은 자신도 모르게 대·소변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 청결을 위해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목욕을 한다. 이레노인종합재가센터 시설장에게 기본적인 내용을 듣고 어르신들이 계신 2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함성소리와 함께 박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예정된 프로그램에 앞서 스트레칭 및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시범조교의 신호에 맞춰 동작 하나, 둘 최선을 다해 몸을 움직였다. 크게 어렵지 않은 동작이라 생각해 직접 따라 해보니 균형잡기가 만만치 않다. 시범조교는 “오늘 일일 체험하시는 분 운동을 자주 하셔야겠습니다. 여기 어르신들보다 균형 감각이 부족합니다”라고 핀잔을 하며 우스꽝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앞서 감 농장에서도 설명했듯 본인 헬스 경력 5년차이다. 준비운동이 끝나고 오전 프로그램 다트 던지기가 시작됐다. 두 개의 다트 판을 두고 어르신들이 대결하는 구도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개인별 주워진 다트화살은 총 5개이며 거리는 3m 남짓, 누가 높은 점수를 획득하느냐가 관건이다. 어르신들은 서로 신경전을 펼치며 최선을 다해 과녁으로 화살을 던졌다. 이 과정은 어르신들의 근력 및 집중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자석으로 만들어진 다트를 개별로 분리시키며 손가락에 자극을 전달되고 다트를 던지며 어깨, 팔 근력도 강화에도 좋다. 어르신들은 과녁 한 가운데 맞추기 위해 한쪽 눈을 감기도 하며 상대방 점수를 확인하는 등 나름 긴장감이 흘렀다. 승자와 패자가 없는 이 경기의 상품은 다과이다. 경기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자리로 돌아가며 과자 한주먹을 들고 어린아이처럼 웃음을 지어보였다. 짝수로 진행되는 경기에 인원이 맞지 않아 이벤트 경기로 직접 다트 경기에 참석했다. 상대는 이레노인주간보호센터 마스코트 어르신, 옛날 과녁 맞히기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거침없이 다트 판을 향해 화살을 날렸지만 세월의 야속함 때문일까 일제히 빗나갔다. 참고로 참석한 나는 다 맞췄다. 경기 결과를 떠나 그 순간만큼 최선을 다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오전 프로그램이 마무리되고 11시부터 점심시간. 어르신들은 각자 지정된 자리에 착석해 음식을 먹었다. 스스로 음식을 먹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요양보호사가 옆에 앉아 도움을 주었고 치아가 건강하지 못한 어르신은 잘게 음식을 조리해 드렸다. 이렇게 어르신들이 점심시간이 끝나면 11시30분부터 직원들 점심시간이다. 이때 시간 맞춰 어르신들은 오침에 들며 오침 시간에도 요양보호사들은 교대로 밥을 먹는다.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평화로운 분위기의 연속이었지만 요양보호사들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김상순 이레노인주간보호센터장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집중이 오로지 어르신들에게 향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오늘 체험하신 일들과 별개로 세부적인 일들이 정말 많다. 보호사들은 목욕부터 소·대변 관리까지 모두 한다. 내 부모님이라 생각해도 힘든 일들이지만 누구하나 내색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행동의 위험도가 낮아지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지만 연로한 어르신들은 세월에 따라 더욱 높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꾸준한 관리가 지속된다면 치매를 포함한 각종 증상을 최대한 완화시킬 수 있다”며 “센터에 방문한 어르신 중 치매를 6~7년 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있다. 사실 치매라는 병이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지만 꾸준한 관리를 받으면 완화 및 지연되는 것을 두 눈으로 매일 확인한다. 그만큼 어르신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고 말했다. 주간보호센터 생활에 있어 항상 더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김상순 센터장은 이번 점심시간을 포함해 개선 점을 항상 주목한다. 그녀는 “이전 점심시간은 1층 급식실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2층과 1층을 오가는 불편함과 사고 위험이 있어 지금은 앉은 자리에서 음식을 배부한다. 우리가 조금 더 불편하고 힘들면 된다. 매일 위험요소를 배제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개선점을 항상 찾는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사회복지사가 한 달 과정 프로그램을 미리 구상하면 그에 맞춰 요양보호사들이 움직인다. 역동적인 활동도 좋지만 무엇보다 어르신들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김상순 센터장은 강조했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식사를 하고 계신 44년생 올해로 산수(傘壽)를 맞은 김옥분(가명) 할머니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상순 센터장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3~4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의 특이한 점은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은 정확하게 기억하지만 최근 기억들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김 할머니 옆에 앉아 간단한 인사를 나누니 친할머니를 마주한 듯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일상 대화는 무리가 없어 보였던 김 할머니는 여느 할머니와 다를 게 없었다. 여느 부모님들처럼 자식 자랑이 한창인 김 할머니는 오늘이 며칠인지, 자신의 나이가 몇 살인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자식들 나이를 여쭈니 정확하게 올해 나이를 맞췄다. 그리고 곧 있을 설날을 맞아 자식들에게 해줄 음식을 차릴 생각에 들떴다. 손주들에게 줄 용돈과 시장으로 나가 장을 볼 계획까지 꽤 세세하게 계획을 말해주었다. 정작 본인의 나이는 잊었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치매도 어찌할 수 없어 보였다. 김 할머니는 “내가 가장 잘하는 명절 음식이 산적이다. 우리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고 그러니 내 힘이 닿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만들어 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반세기 이전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어르신들은 이제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됐다.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 없이 이제 제 몸 하나 가누기도 버겁다. 이런 어르신들을 위해 내 부모, 가족 같은 마음으로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어르신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이 있어 부모를 맡기며 무거운 마음을 가질 자식들의 마음속 짐을 조금은 덜 수 있다. 한편 요양보호사는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도입되면서 요양보호사 제도가 시행되었다. 초기에는 인력확보를 위해 누구나 일정기간 소정의 교육과정만 이수하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으나 2009년 말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제를 골자로 `노인복지법`을 개정하였다. 이후 2010년 중반부터는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자격시험에 합격해야만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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